내 피부톤 따라…로봇이 ‘뚝딱뚝딱’
가격 경쟁력 생기면서 소비자 선호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로봇이 만드는 ‘나만의 화장품’이 인기다. 지난해 3월 식품안전의약처가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허용하면서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다양한 피부성향을 반영하면서도, 5만원 이하 가격에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내 피부톤 따라…로봇이 ‘뚝딱뚝딱’
6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맞춤형 화장품 ‘베이스피커’, ‘립피커’는 오픈 이후 3개월동안 예약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스피커’는 맞춤형 파운데이션, ‘립피커’는 맞춤형 립틴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서울 성동구 아모레 성수에서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밤 12시에 열리는 예약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데,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다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해당 서비스의 특징은 제조 로봇이 현장에서 바로 화장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베이스피커의 경우 먼저, 20단계 밝기와 5가지 톤으로 구성한 총 100가지 색상 중 소비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깔을 찾는다. 그리고 파운데이션, 쿠션 중 하나로 제품 타입을 소비자가 선택한다. 선택이 끝나면 아모레퍼시픽이 특허 출원한 제조 로봇이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카이스트와 함께 3년여간 피부 톤과 파운데이션 색상을 연구·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가 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아이오페 랩’에서는 얼굴형·피부고민에 따라 맞춤형 3D 마스크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방문객의 사진을 찍어 얼굴형, 눈‧입의 크기나 모양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3D 프린터가 마스크를 바로 인쇄한다. 피부 성향에 따라 이마와 턱에는 트러블 케어 성분을, 볼에는 보습 성분을 넣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생기면서 소비자 선호도 ↑
‘패스트푸드만큼 빨리 제작하는 맞춤형 화장품’이 늘어난 이유는 관련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식약처는 국내 화장품 사업 진작을 위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을 허용한 바 있다. 제도가 마련되면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판매업을 신고하는 과정이 줄어들면서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판매업 신고를 마친 LG생활건강도 정식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최근 AK플라자 분당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던 ‘릴리커버’는 로봇이 로션과 에센스를 2분만에 제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치고 기기를 통해 피부 상태 검사를 받으면 바로 제작이 가능하다. 단, 모든 제품은 대략 2주간 사용 가능한 소량으로만 판매한다.
명품 브랜드 화장품보다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가격은 장점이다. 아모레 성수에서 판매하는 맞춤형 파운데이션은 3만원, 립제품은 2만원이다. 릴리커버의 에센스 제품도 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로봇이 제조하면서 제품 단가 낮아졌다는 게 화장품 업계 측 설명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개인마다 피부에 대한 고민이 다른데, 맞춤형 화장품이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니 선호도가 높다”면서도 “다만, 역사가 짧은 사업인만큼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