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도 내집 마련 적극 나서지만, 살 집은 부족
32년 전 용적률, 층고 규제는 여전
옥상 위 공간 활용 진지하게 고민할 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 ‘로또 아파트’ 원베일리 청약에 1만7323명의 2030 세대가 몰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주체의 42.1%가 2030 세대였다” 6월 마지막 날 나온 부동산 기사 중 일부다. “영끌해서 집 사는 2030 세대가 안타깝다”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도 2030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갈망하고 있다. 기성 세대 관료나 정치인들은 버는 족족 쓰는 ‘욜로’나 집을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는 ‘주거 노마드’를 2030에게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른들이 사지 말라고 해서 안사는 2030 세대가 아니기에, 4050 기성세대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살 집’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보다 깨끗하고 교통과 생활 여건이 편한 내 집에 대한 갈망이 큰 2030 세대에 알맞는 주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기성세대 정치인과 관료들은 지난 10여년 간 ‘땅이 없다’며 공급을 등한시 해왔다. 높아봐야 7층이 전부인 서울 강북의 수 많은 단독·연립 주거단지, 강남의 40년 넘는 대형 아파트 단지 위 남는 공간은 그들에겐 그저 ‘허공’일 뿐이다. 이미 내 집을 갖고 있는 4050 관료·정치인들에게는 더 많은 집보다는 기존 주택의 좋은 뷰, 일조권이 더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여행과 TV를 통해 뉴욕 맨해튼, 방콕 스쿰빗 스카이라인, 도쿄 롯폰기힐즈, 두바이 마천루를 접한 2030세대에게 고만고만한 빌딩과 똑같은 높이와 층수의 아파트, 연립만 가득한 서울은 ‘공간낭비’다. 서울의 야경을 찍고자 했던 어떤 사진 작가가 “그나마 최근 만들어진 롯데타워가 아니였다면 80년대 서울만 남았을 뻔했다”고 하소연 했을 정도다.
세계에서도 규모면에서 열 손 가락에 꼽히는 서울과 수도권의 현실은 32년 전인 1989년 체제 그대로다. 땅 넓이 대비 위로 개발할 수 있는 한계인 용적률을 많아야 500%, 심지어 주택 지역은 200% 내외로 묶어둔 ‘주거환경개선임시조치법’, 그리고 2003년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직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개발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축·설계 능력, 기본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사회 변화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규제다. 지하철은 과거 법에도 없던 100m 아래까지 뚫겠다며 나서면서도, 이보다는 더 쉬운 위로 올리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울 주택 숫자도 10년 넘게 300만호 내외에 멈춰섰다. 1000만명을 오가는 인구 수, 그리고 평균 4명에서 2.3명 수준까지 낮아진 가구당 가구원 수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벅찬 집의 숫자다.
하지만 조금만 상상의 날개를 펼쳐, 수십년 전에 만든 용적률을 100% 만 올려도, 강남이나 목동, 상계동 아파트 단지에서 지금보다 50% 넘는 새 집을 만들 수 있다. 낮은 주택 단지를 아파트 단지로 바꾼다면 2·3배 많은 새 집도 만들고 남는다. 왜 250%가 한계인지, 또 35층 이상은 안되는 지에 대한 똑 부러진 답과 근거를 내놓을 수 없다면, 그런 규제는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대상임에 분명하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서도, 땅이 없다며 되돌아가는 지금까지 구태를 또 반복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옥상 위 넓은 하늘을 좀 더 높게, 효율적으로 쓸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