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도권 ‘공장’ 낙찰가율 98%
감정가 보다 높게 낙찰되는 ‘고가낙찰’ 속출
주택규제 풍선효과...대체투자처로 부상
“세금, 대출 규제 덜받아 투자자 몰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24일 수원지방법원 경매1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흥덕아이티밸리’ 건물면적 95㎡가 경매에 나와 4억670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4억900만원인 이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공장)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4%나 됐다.
전날 이 법원 경매16계에서 진행된 화성시 송산면 마산리 건물면적 695.5㎡짜리 공장 경매엔 10명이 응찰했다. 감정가만 11억3659만원인 이 공장의 낙찰가는 13억8000만원이었다. 낙찰가율은 121%까지 올라갔다.
수도권 공장 경매가 2003년 이후 가장 뜨겁다. 응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평균 낙찰가율이 10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공장 경매는 주택에 비해 권리관계가 까다롭고, 명도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입찰를 높게 하지 않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응찰해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사례가 수시로 발생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6월(1~25일 기준) 수도권 공장(지식산업센터 포함)의 평균 낙찰가율은 98%를 기록해 5월(84%) 보다 14%포인트나 급등했다. 6월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2003년 7월(103%) 이후 가장 높은 공장 낙찰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들어 수도권 공장 입찰엔 평균 응찰자수도 7.2명으로 전월(6.6명)보다 0.6명이나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2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강서구 가양동 지식산업센터 한화비즈메트로2차 건물면적 105㎡다. 무려 29명이나 응찰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낙찰가율은 147%(감정가 4억8600만원, 낙찰가 7억1600만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공장 인기는 수도권에 머물지 않는다. 전국 기준으로도 공장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추세다.
6월 전국 공장 평균 낙찰가율은 81.9%를 기록해 역시 2003년 7월(8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엔 64.1% 수준에 머물렀는데, 6월 들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7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원주시 태장동 대장공단길 건물면적 807㎡ 공장이 대표적이다. 낙찰가율이 138%(감정가 3억7118만원, 낙찰가 5억1100만원)까지 높아졌다.
공장 투자가 최근 활발한 건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거상품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지식산업센터 등 안정적인 수익형 부동산을 찾으면서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등 대도시권엔 지식산업센터, 물류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시장에서 공장시설 낙찰가율이 100% 수준인건 이례적”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곧 경기기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과 저금리 상황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업시설에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매 투자 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주택시장 투자가 막히자 대체 투자수단으로 입지가 괜찮은 지역의 공장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며 “대출도 70~8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의외로 큰 자금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어 공장 투자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