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발탁’ 놓고 이준석과 비교하며
2030세대, ‘과정 공정’ 논란 속 갑론을박
“과도기…여권, ‘이준석 현상’ 이해못한듯”
[헤럴드경제=주소현·채상우 기자] 2030 세대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싸고 또 다시 ‘과정의 공정’ 논란이 이는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발언권을 얻기 어려운 청년이 겪어야 할 과도기”라면서도 “‘이준석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 여당의 악수”라고 평가했다.
25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한 청년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로 ‘정당 대표’와 ‘1급 공무원’이 된 두 사람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공무원 준비생 우모(27) 씨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백수로 생활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화가 난다”며 “파격도 좋지만, 그닥 비서관 발탁이 파격인지 오히려 구태의연한 건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장 어이없는 건 정부 여당이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어떤 점에서 분노하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라며 “이 대표도 사실상 지난 정권에서 ‘꽂아 넣은 사람’이라는 건 같지만 본인이 버티고 버티면서 당 대표가 되지 않았냐”고 일갈했다.
반면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9급 공무원 정모(26) 씨는 “청년 비서관이니까 당연히 어린 사람을 뽑을 수 있는데 ‘낙하산’이라고 비판받을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애초에 일반직과 별정직 공무원은 채용 과정이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어서인지 별다른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여당 내에서 ‘조국 사태’나 ‘박원순 사망 사건’ 때 감싸지 않고 객관적 목소리를 내는 적임자를 뽑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년단체들은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할 기회를 늘려 간다는 점에서 박 비서관과 이 대표, 모두에게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건수 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 집행위원은 “청년 정치에 진출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데 있어 겪어야 하는 과도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박 비서관이 경쟁을 통해 안 올라갔다는 주장들은 청년 정치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거라 동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식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도 “자리가 청년비서관인 만큼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들은 박 비서관과 이 대표의 연령이나 배경보다는 앞으로의 정치적 역할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식 대표는 “청년을 또 이용하기만 하고 이슈만 만들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며 “이 대표가 중진 의원들을 제치고 당 대표 됐다는 거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데, 두 사람의 출신과 과정 등을 비교하는 건 또 다른 차별”이라고 했다.
김건수 위원도 “박 비서관이 기존 정치권의 일원이 됐는데, 불안정 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욕구를 어떻게 대변하고 책임질지는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면서 비교되기 쉬운 상황에서 정부 여당에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약 박 비서관이 이 대표 당선 전에 발탁됐다면 이런 논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비서과니 잘못한 것이라기보다는 청와대가 보여 주기식으로 ‘이준석을 올리면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게 문제”라며 “당연히 사람들의 눈에는 보여 주기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이 박 비서관에게 옮겨붙어 자격 검증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30대 중반이고 10년 동안 TV에 출연하거나 여러 경로로 그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반면 박 비서관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전혀 없었다. 당에서 여러 검증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충분치 않았던 거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문제가 예전 ‘인국공 사태’처럼 바로 제기되는데, 젊은 비서관을 발탁하면 청년 세대들이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서 더 박탈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한 것 같다”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고 박 비서관을 발탁했지만. 청년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