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자산관리 차원에서 빌딩 투자
최근 수십억 매각차익 거두며 주목받아
일각선 ‘빌딩시장 고점’ 분석 나와
우량 물건 매수하며 덩치 키우는 사례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김태희 71억원·전지현 140억원·하정우 46억원·이정현 26억원…’
영화 제작비도, 출연료도, CF 계약금도 아니다. 올해 들어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스타들의 돈 얘기는 온통 빌딩 거래에 대한 것이었다. 부동산 시장 ‘큰손’인 스타들은 수년간 보유했던 빌딩을 팔아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고 이들의 빌딩 매각 소식은 대중의 부러움을 샀다.
물론 파는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배우 송혜교는 서울 한남동의 한 건물을 195억원에 매입했고 배우 하지원도 100억원을 들여 성수동의 건물 한 채를 샀다.
‘부동산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스타들이 사들인 빌딩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빌딩은 연예인들의 주요한 투자처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단숨에 거액을 벌어들이지만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인기가 언제 식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들에게 투자는 곧 밥줄이다.
연예인들은 자산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그중에서도 빌딩을 사들여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뒀고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되팔아 매각차익을 실현했다. 때로는 ‘연예인 빌딩’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가격이 크게 뛰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들의 투자 사례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빌딩시장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이 11억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아파트 값이 오르는 가운데 20억~50억원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면 꼬마빌딩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죄면서 아파트 투자수요는 빌딩시장으로 옮겨갔다.
실제 빌딩전문중개법인 빌딩로드가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월평균 240건이었던 서울 업무·상업시설 거래는 지난해 5월 이후 매월 320건 수준으로 확대됐고 올해 들어선 400건 안팎까지 늘었다. 그야말로 빌딩투자 붐이다.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는 “투자자들이 아파트의 대체재로 빌딩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예인들의 잇단 빌딩 매각 소식에 빌딩시장이 고점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주택에 대한 담보 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로 빌딩 매수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측하고 미리 팔았다는 얘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꼬마빌딩은 5~6년 전과 비교해 두세 배 올랐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하고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지금처럼은 가격이상승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익을 실현한 스타들이 우량 물건을 추가로 매수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시장 변동과는 무관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예인들은 좀 더 우량한 매물로 갈아타는 중”이라며 “경기가 나빠서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