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소스 열풍, 토마토 대신 고추장 들어간 ‘K-로제’도 탄생

매콤하면서 덜 느끼한 맛, 라면·떡볶이·치킨 등 활용도 높아

‘K-소스’ 인기 따라 SNS 및 ‘먹방’ 통해 외국인들도 관심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분명 크림인데 느끼하지가 않다. 뒷맛에서 올라오는 매콤함이 느끼함을 살며시 잡아준다. 로제소스지만 로제가 아닌, ‘K-로제’만의 매력이다.

‘K-로제’는 토마토가 빠진 대신, 우리의 전통 장인 고추장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식 로제’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간편 소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한국이 만들어낸 ‘K-로제’는 ‘달고나커피’처럼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크림인데 안 느끼해”…‘K-로제’, 해외서도 통할까 [식탐]
로제 떡볶이. [라비퀸 제공]

‘로제떡볶이’에서 출발… ‘K-로제’의 탄생

파스타집에서 크림소스 대신, 가끔 주문했었던 ‘로제’였다. 하지만 올해는 열풍을 몰고 왔던 마라소스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찼다. 로제소스란 토마토소스에 우유와 생크림을 섞어 만든 것으로, 장밋빛 색상을 지녀 ‘로제(Rose)’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4월 15일 소스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가장 높은 판매량 증가(389%)를 보인 소스는 ‘로제’로 나타났다. 또한 배달 앱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 3월 로제 메뉴의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8배 이상 급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로제소스가 ‘치트키(성공을 보장하는 요소)’로 통하면서 로제찜닭이나 치킨·피자 등 상상하지 못했던 조합의 메뉴들이 출시되고 있다.

“크림인데 안 느끼해”…‘K-로제’, 해외서도 통할까 [식탐]
로제소스로 만든 치킨과 피자. [훌랄라참숯치킨·우주인피자 제공]

로제소스 돌풍은 국민간식 ‘떡볶이’와 만나며 불기 시작했다. ‘로제떡볶이’는 일반떡볶이 양념에 크림과 우유를 넣어 만든다. 매운맛으로 먹는 떡볶이였지만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취향에 따라 떡볶이도 ‘부드럽게’ 변신했다.

흥미로운 것은 로제떡볶이를 통해 ‘K-로제’가 탄생됐다는 것이다. ‘로제떡볶이’의 인기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로제소스와 헷갈린다”며 ‘K-로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K-로제’의 매력, 이래서 떴다

‘K-로제’는 비교적 호불호가 적은 편이다. 인기를 끌었던 마라소스보다 덜 자극적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 크림의 유지방이 고추장·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완화해주지만 그렇다고 너무 느끼하지도 않다. 하얀 크림소스보다는 한국인의 대중적인 입맛에 더 잘 맞는다.

한 번에 여러 가지 맛도 즐길 수 있다. 고추장의 매콤한 맛에 우유·생크림의 고소함이 더해지고, 살짝 달콤한 맛도 난다. 색상도 화사한 장밋빛으로, 하나의 서양 ‘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도 든다.

다양한 활용도 역시 인기 요소다. 떡볶이처럼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한국음식에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레시피는 단연 라면이다. 이미 SNS에서는 농심 ‘신라면’을 활용한 ‘로제 신라면 레시피’가 확산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신라면에 우유나 생크림 그리고 고추장을 살짝 넣어서 끓이는 조리법으로, 젊은 층이 선호하는 ‘꾸덕꾸덕한’ 식감도 더해진다. 농심 관계자는 “‘로제 신라면 레시피’는 간단한 재료로 로제소스를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유튜브를 통해 이를 접한 외국인들도 ‘저 레시피, 꼭 도전해보고 싶다’ ‘진짜 맛있어 보인다’ 등의 댓글을 달며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크림인데 안 느끼해”…‘K-로제’, 해외서도 통할까 [식탐]
‘로제 신라면 레시피’와 이를 본 해외 네티즌 반응. [SNS·유튜브 캡처]

코로나19로 급성장한 글로벌 간편소스시장, ‘K-로제’ 관심받을까

‘로제 신라면 레시피’에 주목하는 해외 반응은 이제 크게 놀랍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먹방(먹는 방송)’을 통해 한국의 이색 레시피에 주목하는 외국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K-로제’ 레시피 역시 국내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가 번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전 세계는 소스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코리아의 문경선 식품&영양부문 총괄연구원은 “코로나19로 가정요리가 늘면서 요리를 쉽게 도와주는 간편 소스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특히 ‘집밥’에서 이국적인 맛을 찾으려는 트렌드가 최근 1~2년 새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이국 소스의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림인데 안 느끼해”…‘K-로제’, 해외서도 통할까 [식탐]

고추장을 활용한 ‘K-소스’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버거브랜드 ‘쉐이크쉑’은 고추장 소스로 만든 ‘K-치킨버거’ 출시로 화제를 모았으며, 해외에서 고추장소스를 활용하는 식당이나 제품 출시도 늘고 있다. ‘K-로제’ 역시 파스타처럼 다양한 국적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고추장 소스로, 매운맛이 부담스러운 외국인 입맛도 저격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소스가 주목받는 시기에 한국의 이색 레시피는 한류와 ‘K-푸드’가 인기인 지역에서 특히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크림인데 안 느끼해”…‘K-로제’, 해외서도 통할까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