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시기엔 세입자 가격 협상력 커져
지난해 전셋값 급상승…여기저기서 이중가격 현상
인천 검단 올해 하반기 내내 입주장
“서울 아니어서 생각보다 가격 더 크게 빠질 수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019년 입주장 때 전세 4억3000만원에 들어왔는데 지금 딱 전세 가격이 2배가 됐어요. 당시에 부동산에 4억3000만원까지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을 때 그 가격엔 안 나온다고 고개를 젓곤 했는데 한 달 정도 기다리니까 뚝뚝 떨어지더라고요.”(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주민 A씨)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준비할 때 그 단지는 물론, 일대 구축 아파트까지 전세 가격이 떨어지곤 한다. 시장에선 이를 ‘입주장(場) 전세’라고 부른다. 새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싸게 전세를 구할 수 있어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A씨가 전세를 구한 고덕그라시움 아파트(2019년 9월 입주)는 4932가구 대단지인 데다 같은 시기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등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을 맞았다.
입주장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곳은 9510가구(2018년 12월 입주) 규모의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장 때는 송파구는 물론이고 강남구·서초구·강동구까지도 전셋값 조정이 이뤄졌다. 당시 헬리오시티 전용 85㎡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6억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14억원까지도 전세계약이 이뤄지는 중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 전용 85㎡도 2014년 9월 입주 당시 전세보증금 수준은 4억원 후반~5억원에 형성됐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10억~11억원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보증금 이중 가격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덕그라시움의 경우 최근 전용 84㎡가 8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져 입주 당시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다 보니 2년 계약 연장을 하려는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과의 눈치싸움이 벌이지기도 한다.
A씨는 “지방에 있는 집주인이 올해 말에 본인 자녀가 들어오게 하려는 것 같다”며 “2년 사이에 전셋값이 두 배가 되다 보니 같은 금액으로 갈 수 있는 인근 아파트가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송파와 고덕에 이어 일대가 전부 곧 순차적으로 입주장에 들어가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단신도시는 인천 서구 당하·마전·원당·불로동 일대 11.1㎢ 규모로 조성되며 7만5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6월 첫 입주가 시작되고 올해 말까지는 8000여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어디나 입주장 때는 세입자가 층수, 남향, 단지 입구 쪽 등 선호하는 여건에 따라 집을 골라 계약할 수 있을 정도”라며 “가격 협상권도 세입자가 훨씬 더 크게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등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지만 검단은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생각보다 더 크게 빠질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매매 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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