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압구정·여의도 등 재건축 단지 ‘꿈틀’
가격 상승 기대하며 매물 거두기도
“지역 주택시장 호재로 작용할 것”
집값 자극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일성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서울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호가가 올랐고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나홀로 강세를 보이던 재건축 시장이 오 시장의 당선 이후 그 열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10일 현지 중개업계의 말을 종합해 보면 오 시장이 시정 업무를 시작한 지난 8일 이후 잠실과 압구정,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의 호가가 5000만~2억원 가량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매도호가는 최고 28억원 선으로 직전 실거래가격(26억8100만원)에 비해 약 1억2000만원 높게 형성돼 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이미 호가가 조금 올랐는데 오 시장이 당선된 직후 매도가를 1억원 높인 집주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4㎡의 경우 호가가 24억~25억원 선으로 직전 최고 거래가보다 1억~3억원 높다. 일부 물건은 28억원까지 매도가가 나와 있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가가 오른 게 사실”이라며 “매수 문의는 있지만 집주인이 되레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의 대장격인 압구정동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5일에는 현대7차 전용 245㎡가 80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달 10월 체결된 단지 내 동일 평형 아파트의 직전 거래가격(67억원)보다 13억원 비싼 가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추진 움직임에 신임 서울시장의 규제 완화 의사가 더해지며 개발 기대감이 커졌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선거 전부터 강세를 보여왔다. 여야 후보가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누가 당선되든 그간 규제로 막혔던 사업에 활로가 뚫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오르며 진정세를 이어갔으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송파구(0.10%)와 노원구(0.09%), 강남·서초구(0.08%), 양천구(0.07%) 등은 평균을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주요지역에서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억눌렸던 정비사업의 규제완화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지역 주택시장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해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규제 완화가 전반적인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상승세가 겨우 진정된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값을 자극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인근 단지의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고 강남이 움직이면 순차적으로 (상승세가) 서울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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