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998년 처음 LG전자 휴대전화를 사용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삐삐를 사용하던 친구들이 제 휴대폰을 빌려 쓰고, 연애를 하며 밤새 통화를 하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청년 시절부터 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했는데, 사업을 접는다니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20년이 넘게 LG전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A씨(49). 잠시 삼성과 애플로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는 LG전자다. A씨는 “LG전자가 사업을 접는 이 순간이 저에게는 작은 역사의 한순간이 될 것 같아 기록을 남긴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글을 작성했다.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숨은 ‘LG 팬’들이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소장 중인 LG전자 휴대전화의 사진을 공유하고 추억과 아쉬움을 나눈다. 손때가 묻은 ‘피처폰’, 수십개의 스마트폰,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희귀 모델까지 각양각색이다.
LG전자는 지난 5일 휴대전화 사업 공식 철수를 선언했다. 정식 영업일은 오는 7월 31일까지다.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의 양강 체제 강화와, 경쟁사의 보급형 휴대폰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B씨(32세)는 LG전자의 ‘스마트폰’만 20개다. 2011년 출시된 ‘프라다폰3.0’부터 LG전자 최초 5G(세대) 지원 모델인 ‘V50 띵큐’, 지난해 출시된 중저가폰 ‘LG Q92’까지 섭렵했다. B씨는 LG 그룹의 가전, 생활건강 분야 제품력과 그룹의 선행 사업을 신뢰해 15년이 넘도록 LG폰만 고집했다. 휴대전화를 바꾼 뒤에도 팔거나 버리지 않았다. B씨는 “철수 소식에 드는 감정은 ‘애증’”이라며 “팔지 않고 여유폰이나 음악 감상용으로 보관하려 한다”고 말했다.
C씨가 처음 만난 LG폰은 2009년 출시된 ‘아레나폰’이다. 이어 카페폰, 옵티머스G, G2·G5·G6·G7, V30·V50S부터 LG윙까지 총 10개의 LG폰을 사용해왔다. C씨는 당장 다음 폰이 걱정이다. 현재 V30, V50S, LG 윙 3개의 스마트폰을 번갈아 사용할 정도로 LG폰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삼성은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에 광고가 들어가는 등 지나친 상업화가 불만족스럽다. 애플은 어이없는 AS(애프터 서비스) 정책이 거슬린다.
국내 미출시 제품을 사용 중인 소비자도 있었다. D씨는 최근 해외에서 직구한 ‘LG V60’를 사용 중이다. V60는 LG전자가 지난해 상반기 미국, 유럽 등 일부 시장에만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퀄컴의 최신 칩셋, 5G 지원, 64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LG전자 스마트폰의 특장점인 쿼드DAC 오디오 등 지금 사용해도 손상이 없는 스펙이 매력적이었다. ‘LG V50S’를 시작으로 ‘LG 벨벳’, ‘LG G8’, ‘LG 윙’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최근 중고 시장에서 ‘LG V30’도 구했다. 고등학생이었던 2017년 구매를 고민했던 모델이다. D씨는 당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을 구매했지만, ‘잔상’이 남았다. 철수 소식에 옛 추억이 떠올라 ‘수집’했다. D씨는 “V30는 지금 봐도 디자인이 참 매력적”이라며 “잘 만든 중급기 ‘LG벨벳’,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LG 윙’ 등 부족한 점은 있어도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