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유근택 개인전 '시간의 피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각인 시킨 다양한 것 중엔 '시간의 무게'도 있다. 갑작스런 외부와의 단절은 '시간'을 남겨주었다. 그 시간동안 자연은 보도블럭 사이에 사람 키 만큼 큰 잡초를 자라게 했고, 작가에겐 작품에 몰입할 여유를 선사했다.
한국화가 유근택의 개인전이 서울 은평구 진관로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시간의 피부'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엔 작가가 지난 몇 년동안 사회적·정치적 격변의 시기, 세계적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가 감내한 시간과 공간을 탐색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작업은 '시간'시리즈다. 작년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때, 작가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레지던스에 참가한다. 곧 록다운에 들어간 레지던시에서 작가는 한국에서 가져간 신문을 태우고 이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날마다 몇 명이 감염됐고 죽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시기, 까맣게 타버린 신문은 그림으로 박제됐다. 작가는 "우리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신문엔 수많은 사건이 오르내린다. 신문이 타는 것이 또 감염병이 급격하게 퍼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우리가 감내하고 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생.장'시리즈도 코로나19의 풍경을 담고 있다. 여행이 부담이 되어버린 시대, 해안가의 유락시설은 폐허로 변했다. 보도블럭 사이로 거칠게 뻗은 잡초가 내뿜는 생명에너지가 강렬하다. 잡초사이로 서 있는 청년들과 중년의 작가가 서있다. 작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본 삶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계'시리즈는 지난 몇 년간 몰아쳤던 격동의 한반도 정세를 반영했다. 6겹 배접된 한지 위에 호분을 바르고 철로 된 솔로 드로잉해 한지의 독특한 요철 질감이 도드라진다. 얽히고 설킨 조형들 사이로 철책과 한반도 양 정상이 악수하는 손, 신문 등 다양한 이미지가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곧 통일이 이뤄질 것 같았던 기쁨과 환희의 순간부터 좌절의 순간까지 수 년의 시간이 압축됐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의 시대에서 작가는 개인적 경험이자 동시에 우리 모두의 경험이었던 비현실적인 현실을 담담하고 깊이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