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사-기소 분리, 글로벌 스탠다드는 어폐”
“미국도 연방검사는 수사, 영국도 SFO가 통합 수사청”
여권 추진 입법에 경찰 통제권 약화에 대한 지적도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두고,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검찰 밖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 자체 문제에 대한 지적은 물론, 경찰에 대한 통제 기능 약화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여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검찰청 폐지법, 공소청법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3일까지 취합한다. 법무부 요청에 따른 의견 청취지만, 현재 중수청 설치 법안만 발의됐을 뿐이어서 취합된 의견 정리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터뷰에서 “국가 전체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강조할 뿐 검찰 조직의 권한 독점을 주장하지 않는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에도 찬성했다”며 “하지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중 중수청 설치법은 현재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모두 중수청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기관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와 영장청구만 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이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법 추진인 셈이다. 나아가 공소 관련 기능만 남은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면서, 검찰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 여권 추진 입법의 골자다.
전문가들은 중수청 설치를 통한 수사 기소 분리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문제는 여권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조금 검증이 필요한 문제 같다”며 “OECD 나라 전체를 보면 대륙법계 부분은 대부분 수사·기소가 분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영미권을 보고 수사·기소 분리됐다고 하는데 미국도 연방검사는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다”며 “영국도 SFO가 수사·기소 통합된 형태의 수사청이다. 분리됐다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중수청은 국가수사본부하고 기능과 권한이 100%로 겹친다. 국가수사본부가 중대범죄수사 다 할 수 있는데 똑같이 겹치는 걸 왜 만드는 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관할이 겹친다는 건 수사권이 겹친다는 것이고, 일선에서 엄청난 혼란과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수사 기소 분리를 주장해왔던 전문가들도 현재 여권이 추진 중인 법안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법안들은 겉으로는 수사 기소 분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의도와 효과가 전혀 다르다”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수사권 기소권 분리는 검찰과 경찰 중 어느 한 기관이 독점적으로 결정을 못 하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하게 하면 그 대신 경찰에 대한 통제는 강화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남용보다 경찰의 권한남용이 평범한 시민에게는 훨씬 큰 문제”라고 썼다.
김 변호사도 “사법통제장치 없는 경찰국가가 정책 방향 측면에서 제일 문제”라며 “결국 모든 법치국가의 형사사법제도라는 거는 기본적으로 모든 수사는 사법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 이건데 지금 수사기관만 잔뜩 늘리고 그 전에 갖고 있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사법 통제장치가 완전히 무력화 돼버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