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공공 직접시행 정비’ 컨설팅 단지 모집
시장선 공공이 주도권 쥐는 데 대한 반감 커
“민간 재건축 진행” 현수막 거는 조합도 등장
정부, 7월 후보지 발표…사업추진 계획 차질 우려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도입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사전 컨설팅 모집이 지난달 23일 시작된 가운데 시장에선 공공이 주도권을 쥐는 데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사업흥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재초환)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많은 지역이 소유권을 공공에 완전히 넘겨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 위해 현수막을 거는 조합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1차 후보지를 7월 발표할 방침이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정부의 사업추진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4 대책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해 각 단지들은 기존 ‘민간 정비’와 지난해 8·4 대책에서 나온 ‘공공 재건축·재개발’ 방식과 차이를 살펴보며 사업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빠른 추진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며 공공 직접시행 추진을 유도해, 오는 7월 1차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달 2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5월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모에 들어가 7월에는 1차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공공 직접시행에 대한 반발 기류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사업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 직접시행 등 정부의 공공 방식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마아파트에는 최근 지난해 8·4대책에서 제시한 공공 재건축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3단지(2220가구) 등이 ‘민간 재건축 진행’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던 단지들마저 외면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최근 토지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공공 직접 시행 재건축 참여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참여 인원 136명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소유주들은 공공 직접시행을 추진할 경우 소유권을 공공에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이 단지는 지난해 8·4대책의 공공 재건축 1차 사전 컨설팅에 참여해, 공공 재건축 사업 추진을 고심 중이다.
재개발 지역들도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공공직접시행보다 기존 공공재개발 방식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공직접시행은 지난 4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지만, 공공재개발은 주택 분양 권리산정 기준일인 작년 9월 21일 이후 지분 쪼개기에 의한 입주권만 유효하지 않는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2구역은 토지 수용 방식에 대한 반감으로 공공 직접시행 방식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자기 땅을 내놓고 공공이 사업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소유주는 없다는 것이다.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직접시행은 소유자가 공공에 땅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반감이 크다”면서 “소유자가 건설 과정에서 요구를 하기도 힘들어 지는 등 공공이 전횡을 하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기존 계약 승계 등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보장하기 위한 주민대표기구를 설치할 방침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관련 기관 정책 간담회에서 “지자체와 건설사 등 다양한 주체들을 통해 후보지 제안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후보지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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