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만기일 후 운영난 심화 예고

생산보장 없어 지원책 ‘그림의 떡’

투자협상 지지부진, 결렬 가능성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라인 모습. [헤럴드DB]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라인 모습. [헤럴드DB]

쌍용자동차의 투자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부품협력사의 연쇄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지난해 11월 협력 업체에 지급한 부품 대금 어음의 상당수가 오는 29일 만기 도래한다. 매각 협상이 결렬되고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소 협력사의 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품사 한 관계자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조업 기간이 단축되면서 이미 벼랑 끝으로 몰린 업체들이 대다수”라며 “품 대금을 받지 못하면 규모가 작은 협력사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납품업체는 지난해 기준 219곳이다. 납품액 규모는 1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국내 전체 자동차 부품사의 12.4%에 해당한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2월 24일과 28일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틀간 생산 손실만 1300여 대에 달했다. 중소 협력사 모임인 쌍용차협동회는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 협력사가 부품 공급을 끊어 중소 협력사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기업 협력사들이 현금 결제를 전제로 부품을 납품하면서 생산은 진행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문제는 내달부터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채무 변제가 중단되면서 다수의 협력사가 어음 만기 이후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선 현금 지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자금 상황은 노조에 임금 일부를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정도로 여력이 없다. 고용 보장을 약속한 만큼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어렵다.

정부가 쌍용차 협력사들에 금융지원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진입장벽이 높다는 반응이다. 신용담보 제공 등 지원 조건보다 당장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와 상관없이 긴급경영안전자금 등 지원 심사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향후 자금 사정을 예단하지 어려운 협력사들은 이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면 사실상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든 문제의 실마리인 새 주인 찾기는 결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최근 불거진 마힌드라와 HAAH오토모티브 간 의견 대립이 합의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연간 회계감사를 고려한 데드라인이 사실상 1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쌍용차 입장에선 2월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조의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것을 전제로 한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도 협상 이후에 논의해야 할 내용”이라며 “채권단과 HAAH모티브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조속히 합의점을 찾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