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23년 탄소국경세 시행
21세기판 ‘녹색 보호무역주의’
국내 주력 수출업종 타격 우려
소비자도 비용 부담 증가 전망
“탄소국경세는 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21세기판 ‘녹색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 그린 딜(Green Deal)’을 주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탄소국경세’를 생존의 문제라고 정의하며 절박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동안 유럽 내 기업에 한해 탄소배출을 강력히 규제했던 EU는 ‘친환경’과 ‘산업보호’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무역보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탄소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유럽 내 산업의 생존을 보장하고, 동시에 전 세계 탈탄소 경영의 불씨를 댕기겠다는 것이다.
유럽발 탄소세는 기업에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이 늦어도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국도 최근 바이든 시대 개막과 함께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도 2060년 탄소 순배출량 ‘0’을 뜻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나란히 탈탄소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2023년 탄소국경세 시행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국내 주력 수출업종들의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미국과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수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업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각 기업은 서둘러 수소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선언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전 세계 친환경 트렌드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 2030년 이후에나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 2023년부터 시행되는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 전까지는 대규모 탄소국경세를 속수무책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설비투자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가 촉발한 산업계의 파장은 국민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석탄화력발전 산업의 축소로 전기요금·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 환경부담금을 강화하는 방식의 추가 세금부과도 예상된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환경 관련 산업에 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 기회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