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여긴 검열 안 하나 보네? 좋다ㅎㅎ”
다음달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는 한 웹소설 플랫폼이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창작 음란소설을 버젓이 게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표지 모델로 여학생의 일러스트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콘텐츠를 게재한 사람에게는 일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미성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음란소설은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상 명확한 처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소설 역시 처벌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25일 웹소설 플랫폼인 N모 사이트에는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소설이 다수 게재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판타지·무협·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소설을 다룬다. 하지만 게재된 500여개 콘텐츠 중 절반 이상은 19세 인증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는 남성향 성인 콘텐츠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 내용까지 대놓고 중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그려놓은 소설도 있다. 미성년자는 아니지만 재수학원 여학생 집에 몰카를 설치하고 성착취·폭력 등을 일삼는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그린 한 소설은 조회수가 4000여회에 달한다. 해당 소설의 표지에는 체크무늬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을 그려넣어 교복을 연상시키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던 T모 업체가 이달 개설한 웹소설 전문 플랫폼으로, 사이트를 오픈한 지 약 2주 만에 70만건이 넘는 콘텐츠 조회 수가 기록됐다. 독자들의 성원에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개발했다. 현재는 콘텐츠 이용이 무료지만 다음달로 예정된 정식 론칭 이후에는 일부 유료 전환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현재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작가를 상대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미 조회 수마다 일정 금액씩 원고료가 지급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창작물을 버젓이 게재하는 것은 비단 N모 사이트뿐만이 아니다. 장르소설 애호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경쟁 플랫폼인 J모 사이트는 N모 사이트보다도 훨씬 검열에 느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창작 음란물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필름, 비디오물, 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비례대표) 등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더욱 넓게 정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사진집·화보·간행물을 언급했을 뿐 소설 등 창작물을 추가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또한 범죄물을 촬영물·영상물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아청법과 같은 구멍을 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알페스’ 문화가 논란이 되면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처벌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RPS)’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인터넷 은어로, 실존 인물 간 애정관계를 허구로 상상해 소설·그림·음원 등 창작물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보이그룹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알페스 문화가 광범위한데, 문제는 실제 인물을 성적 대상화하고 심지어 강간 등 범죄적 요소까지 섞여 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알페스 문화에 대한 처벌 청원글을 게재한 한 글쓴이는 “이미 수많은 남자 연예인이 이러한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되고 있다”며 “피해자 상당수는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갓 사회에 나온 아이돌”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