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트로트 예능이 쏟아지면서, 급기야 방송 포맷의 표절 여부를 놓고 법정 소송전까지 벌어지게 됐다. 국내 방송사 간의 표절 소송은 전례가 없는 사례다.
비슷비슷한 트로트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로트 콘텐츠가 진흙탕 소송전으로까지 치닫게 됐다.
TV조선은 MBN의 ‘보이스트롯’이 자사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MBN의 ‘트롯파이터'는 TV조선의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표절했다는 주장이다. TV조선은 이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며 조만간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 재방송 금지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TV조선 측은 “방송사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N 측은 TV조선의 소송 제기에 대해 “방송 시기를 보면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혀 양측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방송계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면서 유사한 후속·신규 트로트 예능이 도를 넘어섰을 정도로 봇물처럼 쏟아졌다.
실제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를 비롯해 지난해 하반기 신규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했던 상태다.
MBN의 ‘트롯파이터’, KBS ‘트롯 전국체전’, MBC ‘트로트의 민족’ 등 종편, 지상파까지 트로트 관련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과도한 재방송으로 재탕, 삼탕 방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시간 시청률 및 편성표 조사 회사 ‘ATAM’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둘째주(9일~15일) 기준 TV조선의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재방송 횟수는 252회다. 한 달로 환산하면 1000회를 넘는 재방송 횟수다.
‘채널이엠’, ‘TV조선2’ 등 총 9개 채널에서 하루에 최소 20번, 최대 48번 꼴로 방송된다. 하루에 이 프로그램만 10번 방송하는 채널도 있다. 이미 종영한 ‘미스터트롯’ 또한 비슷하다. 11월 둘째주에만 총 248회의 재방송이 편성됐다.
트로트 콘텐츠가 과도하게 소비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급기야 “트로트 방송을 자제하고 다양한 장르를 보여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과도한 ‘우려먹기식’ 트로트 콘텐츠 소비를 지양하고 다양한 출연진과 장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