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송파·강동·강남 순으로 많아
수도권 증여가 전체의 61% 차지
지난해 7월 전국적으로 증여 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이 이어지면서 자녀에게 서둘러 주택을 물려주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6만4390건과 비교하면 43% 증가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증여건수는 지난해 2만3675건으로, 전년(1만2514건) 대비 1.9배 급증했다. 증여건수는 송파구(2776건),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서초구(2000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매매·판결·교환·증여·분양권·분양권전매·기타소유권 이전 등의 아파트 거래 가운데 증여 비중은 서초구(26.8%), 송파구(25.4%), 강동구(22.7%)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 4건 중 1건이 증여였던 셈이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각각 2만6637건, 5739건으로 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 증여 건수(5만6051건)는 전국 증여건수의 61%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을 기존 42.0%에서 45.0%로 올렸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증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7월(1만4153건)이다. 이후 8월 8668건, 9월 7299건, 10월 6775건으로 줄다가 11월 9619건, 12월 9898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은 정부가 7·10대책을 발표한 뒤 같은 달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수증자가 내야 할 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최대 12.0%까지 높이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8월 11일 개정안이 처리되기 직전까지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한 증여가 7월에 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도보다는 가족 간의 증여를 택하게 되는 배경으로 봤다. 또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적은 것도 이유로 꼽았다. 현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16∼65%)보다 증여세율(10∼50%)이 더 낮은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증여 역시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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