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남자 아이돌 성착취물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알페스’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남자 아이돌을 넘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치인, 독립운동가까지 알페스 대상으로 삼은 ‘막장’ 게시글이 무방비로 온라인 상에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에 ‘알페스’를 검색하면 수십건의 글과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노출된다.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는 남자 아이돌 가수 등을 대상으로 동성애 소설을 창작하는 팬덤 문화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일부 소설에는 음란한 내용이 다수 담기면서 아이돌 성착취물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는 아이돌 뿐 아니라 알페스 대상이 다수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상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알페스를 제안하는 게시글부터 장영실, 세종 등 우리나라 위인들을 대상으로 삼은 글까지 올라와 있다.
심지어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알페스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게시물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생성, 확산되고 있다. 알페스 창작글 계정으로 알려진 일부 트위터 계정은 비공개로 설정, 팔로우하면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이루다에 이어 알페스까지 논란이 확산하면서, 일부 게시글과 트위터 계정은 급히 사라지기도 했지만, 이미 캡처된 글들은 커뮤니티와 SNS에서 여전히 노출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해당 청원의 참여인원은 현재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차마 입에 담기도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변태스러운 성관계나 강간을 묘사한다”며 “이미 수많은 남자 연예인이 이러한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평균 연령대가 어린 아이돌이란 직업군 특성상 피해자의 상당수는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갓 사회초년생이 된 아이들”이라며 “아직 가치관 형성도 덜 된 이들이 이토록 잔인한 성폭력 문화에 노출되어 받을 혼란과 고통이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누구라도 성범죄 문화에 있어서는 성역이 될 수 없다”며 ‘알페스’ 이용자들을 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적나라한 성범죄 소설이 유통되지 않게끔 SNS의 규제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방지·처벌법 마련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조항을 손질해 ‘알페스 처벌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알페스 콘텐츠 이용자들을 상대로 내수에 착수했다. 경찰은 내사 대상 범위와 관련 이용자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