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 회장 상속세 11조 이상 확정
가업승계에 막대한 세금…이중과세 논란
분할납부 기한 5년…선진국은 10년까지
과도한 세금부담에 상속포기 매각하기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가 11조원 이상으로 확정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상속세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가업 승계의 걸림돌이란 지적과 함께 사후에도 또다시 막대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이중과세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프랑스나 미국, 영국 등은 40%대이며, 핀란드나 덴마크 등 북유럽국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최고세율로 보면 일본에 이어 2위이나,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 지분을 물려받을 때 20%가 할증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최고세율은 60%로 일본을 웃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상속인들도 60%가 적용된다.
높은 상속세율 자체도 논란이지만, 분할 납부 기한도 문제다.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상속 재산 일부를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때문에 상속세의 경우는 분할 납부가 허용되고 있다.
한국보다 최고세율이 높은 일본은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최장 20년간 분할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5년으로 제한된 상태다.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한해서만 일부 특례를 적용, 20년까지 허용해주고 있다. 주요 기업은 이에 제외된다. 미국은 경영에 관련된 지분이 상속 재산 35%를 넘기면 10년까지 분할 납부를 허용하고, 프랑스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도 10년까지 분할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단기간에 고세율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니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온 바 있다. 국내 1위 종자업체 농우바이오는 창업주 별세 후 12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결국 농협경제지주에 회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기업 유니더스도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대표가 경영권을 포기했었고, 세계 1위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이 150억원 상속세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상속세 분할 납부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에도 기여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조원의 상속액을 10년간 분할 납부하게 되면 현행 5년 분할 납부보다 세수 변동성이 50%에서 28.1%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로서도 한층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는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가 세수 감소 없이 납세자 부담을 줄이고 세수 안정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상속세 세율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 규모가 급증했음에도 상속세 세율 등은 2000년에서 여전히 멈춰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0년 이후 소득세는 9차례 조정됐으나 상속세는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한경연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소득 수준은 2.7배 늘었지만, 상속세 과표구간 및 세율은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상속세액은 7.1배,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피상속인 수도 6.9배 급증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백년기업을 표방하는 국가 전략에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중기중앙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업승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항목으로 ‘상속세 등 막대한 조세부담(77.5%)’을 꼽았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했고 상속세를 유지하는 국가 역시 부담을 줄이며 가업 상속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