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규제화’ 조정지역 총 111곳으로

서울→수도권→지방으로 퍼진 집값 상승

연말 무더기 지정 이뤄졌지만…

한 달 전 지정한 곳도 집값 상승 여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국 조정대상지역 111곳, 투기과열지구 49곳’

정부가 집값이 과열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추가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규제가 이뤄졌으나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규제를 피해간 곳의 ‘풍선효과’는 두드러지는 현상이 반복돼서다. 풍부한 유동자금과 주택 매수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지역 안 무섭다?…지정 후에도 집값 ‘쑥’·옆 동네는 ‘풍선효과’ [부동산360]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 9개구, 대구 7개구, 광주 5개구, 울산 2개구, 경기 파주, 충남 천안, 전북 전주, 경남 창원, 경북 포항 등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 정량요건은 충족했으나, 조정대상지역 요건에는 맞지 않아 투기과열지구에 추가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경기 김포와 부산 해운대·동래·남·연제·수영구와 대구 수성구 등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는 지난달 규제지역 지정 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지역의 수요를 틀어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포의 지정으로 수도권에서 유일한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던 파주 아파트값은 최근 한 달간 4.81% 급등했다. 창원 성산구(5.94%)·의창구(4.32%), 울산 남구(4.68%), 부산 강서구(3.94%)·부산진구(3.87%)·금정(3.25%) 등도 전국에서 상승률이 높은 지역 10곳 안에 들었다.

규제지역 안 무섭다?…지정 후에도 집값 ‘쑥’·옆 동네는 ‘풍선효과’ [부동산360]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다만, 이런 방식의 규제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만 보더라도 집값 상승이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부산에선 앞서 규제지역으로 묶인 5개구 중 남구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0.53%에서 이번 주 1.07%로 2배 가까이 튀어 올랐고, 해운대구(0.26%→0.37%)와 연제구(0.37%→0.38%)도 상승폭이 확대됐다. 동래구(0.33%→0.32%)와 수영구(0.34%→0.33%)는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포는 상승폭이 점차 누그러지고 있으나,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장기동 ‘초당마을 래미안 한강’ 10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7일 신고가인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17일 구래동 ‘김포한강아이파크’(84㎡), 마산동 ‘e편한세상 한강신도시2차’(74㎡) 등도 최고가에 손바뀜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일시적인 가격 조정은 나타나겠지만, 이미 주변 모두가 조정대상지역인 경우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반복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주변에 규제가 덜한 지역이나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 중 호재가 있는 곳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울산 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울산에서는 남구가 규제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돌면서 진작부터 투자자들이 동구, 북구 등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규제지역 지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인다는 선언적인 의미 외에는 효과도 없고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매수세의 서울 회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전반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매매수요가 서울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회귀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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