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미국선 인기 갤럭시S20FE, 한국선 왜?”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12의 대항마로 출시한 ‘갤럭시S20 FE’(팬에디션)가 미국 시장에서 흥행몰이 중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잘못된 국내 가격 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비싼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의 분위기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특히 싼 제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싼 프리미엄폰도 아닌 모호한 제품 포지션도 국내 흥행 부진의 주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4일 외신 및 미국 시장조사업체 웨이브7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현지 이동통신 매장의 60%가 갤럭시S20 FE를 갤럭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톱3 모델 중 하나로 꼽았다.
웨이브7리서치는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갤럭시S20 FE가 갤럭시A51, 갤럭시A71 같은 중저가폰은 물론 갤럭시S20, 갤럭시노트20,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등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량까지 일부 잠식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 매출 기여도가 1~2%에 불과한 같은 가격대의 구글 및 원플러스 스마트폰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앞선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국내 시장 상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10월13일 출시된 갤럭시S20 FE는 공식 출시 이후 약 한 달 동안 이통3사에서만 4만2000대 가량 판매됐다. 자급제 물량 비중이 10% 남짓임을 감안하면 출시 한 달 판매량이 최대 5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저가폰으로선 이례적으로 언팩 행사까지 연 모델치곤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업계에선 갤럭시S20 FE의 국내외 온도차가 국내 소비자들의 플래그십 모델 선호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평균 평균판매가격(ASP)은 세계 2위다. 2020년 ASP가 588달러, 한화 64만626원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ASP 금액만 놓고 보면 전 세계 88개국 가운데 4위에 해당하지만, 한국과 금액 차이가 상당하다. 미국의 올해 스마트폰 ASP는 한국보다 110달러 가량 낮은 470달러(한화 51만2206원)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중저가폰에 가까운 가격이다.
실제 갤럭시S20 FE는 국내 시장의 흥행 참패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선 상당한 수요를 누리고 있다. 출시 첫 달인 10월에만 전세계적으로 2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출시된 라인업 치곤 성공적인 출발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연말까지 5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갤럭시S20 FE의 국내 가격 정책 실패도 온도차를 야기했단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의 출고가가 124만8500원. 통신사별로 48만~50만원 공시지원금이 지원돼 실 구매가는 67만~69만원 수준이다. 반면 갤럭시S20 FE의 공시지원금이 상향되기 전까지 한 달간 실구매가는 최저 70만원대로 상위 모델인 갤럭시S20보다 높았다. 이에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단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