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맷값·전셋값 치솟는 부동산 시장
3년 6개월 만에 부동산정책 교체 진행
집값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역대급’ 기록이 하루를 멀다 하고 쏟아진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0.25%·한국부동산원 기준)을 찍었고 이후로도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권 재건축과 중저가 단지의 강세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더 커졌다.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경기 파주시와 부산 일부 지역, 울산, 창원 등에선 ‘풍선효과’가 뚜렷하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전세 시장은 더 심각하다. 전셋값 오름세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선 지난달부터 매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난은 월세난으로 옮겨붙었다. 지난달 전국의 주택 월셋값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주거 불안에 시달리느니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은 매매수급지수를 통해 입증됐다.
정부가 올해 2월부터 거의 매달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크고 작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택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었지만 ‘시장 불안정→대책발표→불안 재확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반응이 쇄도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탁상공론식 해법만 내놔 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최근 내놓은 전세대책만 봐도 그렇다. 전세난은 당장 입주할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핵심인데, 대책은 다가구·다세대 물량과 내년까지 확보되는 임대물량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세대책을 내놓기 전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저금리와 가구 분화 등을 꼽은 것 역시 패착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심화했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은 대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정부는 재건축과 투기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막는 조치에 집중하면서도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목소리에는 썩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파트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 수 있는 빵은 아니다”라는 궤변만 내놨다.
집값과 전세난, 공급문제 등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는 3년 6개월 만에 부동산 정책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한다.
변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정책과 괴리가 있는지 미세하게 보겠다”며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폭넓게 논의하고 취임 후 새로운 상황을 제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보완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변창흠 장관 후보자를 향해 “다른 걸 더 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정확한 시장 상황 판단이 시급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진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주목된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