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암동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빈 관광호텔 개조
총 122가구·공유 시설 갖춰…월세 27만~35만원
전용 13㎡ 좁은 공간…높은 임대료도 문제로 지적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설동역에서 도보 약 10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역세권에 위치한 청년주택 ‘안암생활’이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했다. 내부에 들어서면 1층에 창업실험가게가 보이고 지하 1~3층에는 코워킹스페이스와 주방, 회의실 등 공유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공유 시설은 공유오피스처럼 깔끔한 인테리어로 과거 관광호텔이었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지하2층에는 서울시 도서관처럼 계단식 인테리어가 적용된 라운지도 있어, 독서 등이 가능한 공간도 눈에 띈다.
다만, 일부 공유 시설은 122가구가 사용하기에 규모가 협소하다. 지하 2층 공유 주방은 여러 가구가 동시에 사용하기에 좁다는 느낌이다. 지상 2~10층에 위치한 주거공간도 전용 13~17㎡로 1인 가구에게도 다소 좁은 면적이다. 방 구조는 호텔 객실과 다르지 않게 개별 욕실, 침대 등이 있고 조리 시설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가 전세 대란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호텔의 전월세 주거용 전환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커진 가운데 최근 서울 도심 역세권 관광호텔을 개조한 임대주택이 입주를 시작했다.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 주택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비어있던 호텔을 리모델링해 122가구의 청년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8월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춘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해, 이들 중 문화예술가·크리에이터 등 활동 경험자들이 우선 선발돼 입주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만~35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반값 수준이라는 게 LH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우수한 입지에도 장기간 공실 상태로 남아있는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직주근접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1인 주거용으로 공급했다”면서 “경제적 자립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텔 개조형 임대는 높은 임대료가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 호텔을 개조해 내놓은 청년주택의 경우 월세와 관리비 등 입주자가 매달 내는 금액이 50만원 안팎에 달한다. 비싼 임대료 외에도 방 구조나 조리시설 부족, 술집 등 주변 환경, 주차난 등에서 입주자 불만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호텔 등 상업시설을 주거용도로 바꾸면 기존 주택에 비해 순증효과가 크다”면서 “그러나 난방과 평면 등의 개선을 통해 주거 편의성을 더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1·19 전세 대책에서 호텔을 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에 “황당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정부는 물량이 1000가구 정도로 적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향후 2년간 공급하겠다고 밝힌 11만4000가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1인 가구 증가세에 맞춰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를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텔(활용 공공임대)은1000가구 정도 될 것”이라며 “호텔은 대개 이동이 편리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고, (주택을) 새로 짓는 데 비해 개조하는 것이 비용이 조금 들기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으로) 많이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호텔을 개조한 원룸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실수요자의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숙박시설의 주거용 전환 등은 1·2인가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 전세난이 1·2인가구 중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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