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배당자제령
영·미 등 완화 움직임
우리 당국만 요지부동
증시 신기록에 발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전세계적으로 은행들의 배당 재개 움직임이 뚜렷히 감지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사실상 ‘금지령’이 내려진 국가들이 많지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2600을 넘어 3000선에 도전하려면 금융주 풀린 ‘배당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영국의 대형은행들은 올해 중단하기로 했던 주주배당을 재검토하기 위한 금융당국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영국의 금융감독원이라 불리는 ‘건전성감독청’과 대형은행들은 코로나19의 타격이 은행실적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은 점, 배당규제가 은행투자 매력도를 훼손한다는 점 등을 들어 내년초부터 배당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예년수준의 배당만 유지했던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배당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은행지주사들도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조치로 발목이 묶인 상황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BIS)을 들어 배당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은행지주는 정부 주도의 각종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협조하고 있지만, 증시에서는 순자산 가치의 절반도 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3분기에 3조551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3조2439억원보다 9.4% 증가한 수치다. 건전성 지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올해 은행지주 주주들은 이 같은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을 충분히 나누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배당성향은 평균 24%인 반면, 유럽 주요은행과 미국 주요은행은 각 65.9%와 28.5%에 달한다.
김기환 KB금융재무담당 부사장(CFO)는 지난달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우려와 경제불확실성으로 올해 공격적 배당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후승 하나금융CFO도 분기배당이 가치가 있지만, 코로나19 등 다양한 변수로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단 은행지주들은 추후 배당확대를 위한 준비 절차는 진행하는 모습이다. 신한지주는 주주가치 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정관상 중간배당뿐만 아니라 분기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분기배당을 하겠다는 취지로 정관개정 작업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그룹과 하나은행의 지배구조와 사모펀드 관리 전반에 대한 종합검사를 연장하면서, 지난 7월 진행된 중간배당 문제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금융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고, 이에 금감원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 때 배당제한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배당제한과 관련한 정책제안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