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LH공사·대한항공, 권익위 중재안 따라 ‘3자 매입 방식’ 추진
마포구 강력 반발 “주민 협의 없이는 어떤 결정도 동의 못 해”
서울시 측 “확정된 것 아니다” 선긋기, 막판 합의점 찾을 지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오는 26일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대한 매각 조정합의 서명식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막판까지 교환 부지와 매매가격 등 합의점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서울시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시는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넘겨주고, LH공사는 송현동 부지 매입 대금을 대한항공에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3자 매입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처럼 시가 LH공사를 통한 우회적인 매입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직접 대한항공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것보다 자금조달 등 상당 기간 일정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부지 면적만 비교하면 송현동이 3만6642㎡, 서부면허시험장은 7만2571㎡에 달한다. 공시지가는 송현동 부지가 3300억원, 서부면허시험장은 2600억원 가량이다. 공인중개업계 등에서는 현재 시세를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서부면허시험장은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에서는 3종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충분한 여건을 조성한 뒤 감정평가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서부면허시험장 시세가 송현동 부지와 비슷해지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LH가 해당 부지를 매입할 경우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도 설 수 있고, 향후 개발 과정도 더 수월할 수 있다는 내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월 ‘8·4 공급대책’ 발표를 통해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비롯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흑석유수지·서울의료원 부지 등을 개발해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3자 매입 방식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 측은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감정평가법인을 각각 2곳씩 추천해서 4개 법인이 도출한 감정평가액을 산술 평균해 시세를 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지 교환 지역으로 지목된 마포구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부지 맞교환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유 청장은 이어 “구청장과 협의 없는 주택공급 방안을 반대한다”며 “마포구와 주민 협의 없이 추진하는 임대주택 건설 등 어떤 행위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8·4 대책 발표 때도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지금까지 관련 기관에서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토교통부, 서울시, 마포구,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면허시험장 활용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마포4)도 이날 “서부면허시험장은 남북관문 4차 산업 거점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시가 지난 2019년 8월 25일 신전략거점으로 선정했고, 3억7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4월을 목표로 용역이 실시되고 있다”면서 “당초 계획을 추진해왔던 원안대로 지역발전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의장은 “상암동은 임대주택비율이 무려 47%에 이르러 타 지역 간 형평성 문제와 함께 유독 상암동에만 주택공급계획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마포구와 지역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은 심각한 교통난이 초래되고 있고, 주거비율이 더 높아지게 된다면 교육·교통 문제 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며 지역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 측은 일단 “대체 부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LH공사는 서부면허시험장을 포함한 복수의 서울시 소유 부지를 놓고 사업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마포구를 비롯해 다른 지자체 상당수도 교환부지 선정에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막판까지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