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기업 내부자→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전달
대법원 “자본시장법 적용, ‘1차 정보수령자’ 제한하지 말아야”
기관투자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관행에 제동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기업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직접투자와 무관한 ‘애널리스트’에게 전달한 행위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본시장법상 처벌범위를 넓힌 판결로, 기관투자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기업설명 파트장 B모 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타인’의 범위를 기존보다 넓게 확장했다.
재판부는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에 관해 “직접 수령자(1차 정보수령자)가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 뿐 아니라, 직접 수령자를 통해 정보전달이 이뤄져 해당 정보를 제공받은 자(2차 정보수령자)가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경우도 금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수령자가 정보를 이용해 증권 매매를 한다는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일 필요없고 미필적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는 거래에 참여하는 자로 하여금 가능한 동등한 입장과 동일한 가능성 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춰 보더라도 타인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타인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미공개정보이용의 범위’를 넓히고 구체화 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건을 다수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는 “그동안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정보를 주고 받는 행위가 있었다. 이번 사건 처럼 IR(기업설명) 담당자가 애널리스트에게 정보를 주더라도, 해당 애널리스트가 직접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만큼 처벌을 안 받는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행위가 근절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씨 등은 2013년 10월 회사의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다는 악재성 내부정보를 확인했다. B씨는 기업공시 전에 해당 정보를 시중의 모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 C모 씨 등에게 전달했다.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정보를 소속 증권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다시 전달했다. 펀드매니저들은 A사의 주식을 매도했고 각 증권사들은 손실을 피했다.
이후 B씨 등 A사 소속 직원 3명과 C씨 등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의 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금지됨에도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A사 소속 직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자본시장법 상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 받은 자’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조항의 ‘타인’을 ‘제1차 정보수령자’로 제한하지 않고 ‘제2차 정보수령자와 이후의 정보수령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도 처벌범위에 포함한다면, 그 처벌범위가 불명확하게 되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A사가 정보를 전달한 사람들은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인데, 이들은 직접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A사 직원들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한 것도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없는 애널리스트에게만 국한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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