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9일 전세 대책서 정비사업 이주시기 조정 언급
이주시기 조정으로 전세 수요 늦추겠다는 구상
전문가들 “전세 수요 억제한 만큼 신규 주택 공급 늦춰져”
금융 비용 증가 등 정비사업 조합원 피해 우려도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전세 대책에서 전세난 가중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 이주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이주시기 조정에 따른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주 시기를 늦추는 게 전세난 해소에 큰 효과가 없는 반면, 신규 주택 공급이 늦춰질 경우 오히려 매매시장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통해 “정비사업이 진행돼 이주수요로 전셋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수도권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이주수요를 모니터링하고 특정 시기에 이주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수도권 내 정비 사업에서 약 9600가구의 이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도권 내 이주수요가 약 2만8800가구로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700가구, 2400가구 정도의 이주 수요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비사업 이주시기를 조정해 전세 수요를 늦추겠다는 구상이다. 이주수요가 특정 시기에 몰릴 경우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8월 이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현 헬리오시티) 재건축 단지의 경우 6600가구가 움직이면서 당시 인근 전세 시장을 자극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주 시기를 늦추면 신규 주택 공급 시기도 늦어지는 등 매매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주 시기 연기로 당장의 전세 수요는 억제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신규 주택 공급이 늦춰질 수 있다”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신규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게 전세난 해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비사업 전체 일정이 연기돼 금융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등 기존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8년 정부가 강남권 집값 안정을 이유로 이주 시기를 조정했던 서울 잠실 진주아파트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이주가 지연돼 조합원과 건설사 등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는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정비사업 이주 시기 조정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이주 시기 조정은 과거 여러 차례 전세대책을 낼 때 수요 관리 측면에서 국지적 전세난을 차단하기 위해 활용해 왔다”며 “서울시 정비사업조례로 근거가 마련돼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정비사업이 도심에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자체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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