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지역 된 김포, 부산 ‘혼란 속 눈치보기’
투자목적 매수자들, 매도시점 눈치보기도
기존 계약자들, 잔금 대출제한 걸릴까 노심초사
부산은 ‘우리가 왜 조정지역이냐 VS. 우리도 해달라’ 혼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아직까진 급매로 나온 물건은 없어요. 세를 끼고 집을 산 이들도 바로 내놓을 분위기는 아니에요.”(김포 한강신도시 운양동 A공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최근 주택가격이 폭등한 경기도 김포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재·남구, 대구 수성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20일부터 이 지역에서 주택 구매시 담보인정비율(LTV)이 9억원 이하는 50%, 초과분은 30%로 제한되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에서도 제외된다.
김포와 부산은 지난 몇 주동안 각종 통계수치에서 가장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곳으로 나타나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유력하게 점쳐져 왔다. 발표 당일 현장에는 혼란스런 분위기가 다소 감지됐다.
운양동 A공인 대표는 “한강신도시푸르지오 전용 60㎡ 매물이 4억5500만원에 나와 있었는데, 오늘 집주인이 4억3000만원으로 조정해 내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 외 운양동 대장주로 꼽히는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이나 지하철역과 가까운 반도유보라2차, 래미안한강2차 아파트 등지에선 아직까지 급매는 없다고 했다.
다른 B공인 대표는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지금 오른 상태에서 고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언급했다.
기존에 집을 계약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중도금 또는 잔금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문의도 늘고 있다. B공인 대표는 “9월에 집을 산 매수인이 계약 파기를 막으려고 중도금 5000만원을 더 내고 지금 담보대출 심사 중에 있다”며 “그런데 규제지역 지정으로 대출 심사에서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비규제지역이던 김포는 그간 LTV가 70%까지 인정됐다. 대부분의 집값이 9억원이 넘지는 않지만 70%에서 50%로 줄어들면서 ‘영끌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마련하려던 이들에게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9일까지 계약서를 썼으면 이전과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20일부터는 강화된 기준인 50%가 적용된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포 집값 상승장에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산 이들은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조정지역 지정으로 집값이 추가 상승할 여력은 줄어들었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매도시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낙관론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조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어느 한 곳도 집값이 폭락한 일이 있었느냐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게 골자다. 정부가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며 ‘GTX-D 교통호재가 있으며’라고 언급한 보도자료 대목을 두고선 ‘투자 시그널’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부산의 경우 가장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해운대·수영구가 아닌 지정 지역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산 남구에 사는 박 모씨는 국토부 여론광장에 올린 ‘부산 규제 세분화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이사갈 집은 계약서를 썼고 사는 집은 안팔린 상태”라며 “이사갈 집을 무리해서 샀는데 (남구 조정지역 지정영향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 가격이 내려가면 이사를 못간다”고 호소했다.
해운대에서도 바닷가가 아닌 신시가지 좌동은 빼달라며 ‘동별 지정 해달라’고 요구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강서구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똑같이 규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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