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발표 18일→19일로 연기
공공임대주택 물량 ‘최대 확보’ 목표
상가·오피스 이어 호텔도 주거용으로
호텔 역시 매입 및 리모델링에 시간 소요
원하는 지역 수요·공급 불일치 우려…
양도세 중과 한시 폐지, 임대차법 유예 등 제언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내놓을 카드들이 주요 인사의 발언을 통해 하나둘씩 공개되는 가운데 실효성을 놓고 벌써부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요나 선호에 대한 고려보다는 ‘물량 늘리기’에 초점을 둔 데다가, 바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당초 8·4 대책에서도 언급됐었던 상가 건물이나 오피스 뿐만 아니라, 호텔까지 개조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전세 난민의 종착지가 호텔방이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전세대책 발표 임박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하루 뒤인 19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전세난 해소를 위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화 방안’ 발표도 함께 연기된 상태다.
당초 여당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전세대책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정부는 “검토 중”이라며 발표 시기를 계속 저울질해왔다. 전세난이 서울에서 수도권·지방으로 확산해 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에서 ‘묘책’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세대책의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10만가구 이상 공급해 전세난을 타개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현재 공실인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전세로 다시 내놓는 ‘매입임대’, ‘전세임대’는 주요 카드로 거론된다. 집을 지어서 공급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LH나 SH와 같은 공적 기관 통해 전세물량을 늘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청년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던 임대주택 중 공실이 난 물량을 일반에게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된다. 민간이 짓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약정을 맺은 뒤 건축 완료 이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약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셋집 확충에는 8·4 대책에서 언급된 상가, 오피스 뿐만 아니라 호텔도 동원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산업이 위축되면서 매물로 나온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 등을 매입,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공공임대주택 외에는 다른 묘안이 없는 상황에서 물량을 대폭 늘릴 방안이 총동원됐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LH와 SH가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 내놓거나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베니키아 호텔 교훈 잊었나…당장 전세난 해소에는 ‘글쎄’
하지만, 이런 방식의 공급 확대로 전세시장을 정상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이어진다.
일단 수도권에선 입지가 좋은 곳에 매입임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LH는 서울에서 매입 목표치를 채우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자격 기준을 낮추고 모집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민간에서 건설한 것을 통으로 매입하는 방안이 가장 좋지만 입지가 좋은 지역에선 민간이 물량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공실이 된 물량은 공급 대상을 변경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8월 말 기준 신혼부부 매입임대 중 6개월 넘겨 공실인 상태인 주택은 전체의 10.7%인 2384가구에 달했는데, 대부분 수도권 중심지가 아닌 데다 다가구 형태여서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상가나 오피스, 호텔 등의 주거 전환 역시 매입과 리모델링에 시간이 소요돼 즉각적인 공급이 어려운 데다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가 도심 호텔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인 종로구 숭인동 청년주택(옛 베니키아호텔)에서도 지난 4월 당첨된 207가구 중 180여가구가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높은 임대료와 수요자가 원치 않는 호텔형 서비스 등이 문제가 된 경우다. 온라인 상에선 “전세 난민이 향할 곳이 호텔방이냐”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전용 85㎡ 크기의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의 공급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당장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정부 내부에선 차라리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임대차3법, 실거주 의무 등에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으나, 기존 정책 방향에 대한 수정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의 방향을 지켜가면서 전세난을 해결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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