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공시가 현실화율 발표로 부동산 민심 요동
국회 상임위 구성은 민주당이 우위
외국인 부동산 규제는 상호주의가 변수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2020년도 국정감사 이후 가을 전세난 심화와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율 발표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사실상 공수가 바뀐 여야의 입법경쟁 또한 다시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 및 기존 정책 심화, 민심 달래기 등 입법에 주력하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공세 나선 야당, 공시가·세금 감면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총력전
12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분기 이후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야 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을 90%로 높이고 공시가 6억원 이하 공동주택에 대한 재산세 0.05%포인트 감면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것과 관련 야당의 입법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특위 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상적인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과 대책을 제시하겠다”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 현실화율에 대해서도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공시가격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지난달 31일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가격 조정 계획을 수립한 경우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를 통해 공청회를 열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 의원은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종의 세금, 준조세, 부담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면서 “부동산 세율 인상의 충격이 진정되고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국민적 합의와 국회 동의를 거쳐 공시가격 조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권 등 도심 지역의 주택 공급과 관련 유경준 의원은 지난 9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노후도시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단순히 주택 공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주택공급만큼 광역교통대책도 함께 마련하도록 규정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사실상 현 정부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여당은 정책 심화에 초점…외국인 규제 현실화 ‘주목’
여당은 정부의 기존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으로 야당에 ‘맞불’을 놓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기존 ‘2+2’에서 ‘3+3’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3일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과 중·고교 6년 학제를 취하고 있고 임차인 거주 기간이 자녀 취학 기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임대차 보장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임대차 존속기간을 3년으로 해서 임차인 주거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은 지분적립형 주택을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무주택자의 내집마련과 주거안정 방안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주택구매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가 분양가격 20~25% 수준의 주택 지분을 우선 취득한 뒤 20년 또는 30년 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해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와 같은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초기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황 의원 측은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6일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위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진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과 관련 “부동산 시장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체계적으로 근절함으로써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하고 선의의 부동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 대한 규제 입법도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주택 취득 후 6개월 이내에 실거주하지 않을 경우 취득세율을 20% 중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표준세율에 20%를 더한 세율을 적용하고, 고급 주택은 26%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선보인 바 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개정안은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할 경우 취득세율을 30%포인트 중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입법 내용 중 가장 강력한 규제안이다.
다만 일부 정치권 인사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부동산 규제는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 국민의 해외 부동산 매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입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향후 법안 통과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당이 입법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최종 열쇠’는 결국 여당이 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과 세금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은 민주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총 26명 중 여당 소속 위원은 절반이 넘는 15명이다. 국토교통위원회(총 30명)와 행정안전위원회(총 22명) 또한 민주당 소속이 각각 18명, 1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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