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산업재해 예방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 중 하나는 안전설계(Design for Safety)의 개념이다. 안전설계의 개념이 국내에 소개됐을 때 설계자들은 당연히 안전을 고려한 설계를 하고 있는데 안전설계란 말이 왜 나오는지 의아해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설계자들은 안전의 대상을 목적물의 이용자로 정의하고, 목적물이 붕괴되지 않도록 안전한 설계를 해왔다.

안전설계의 개념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국의 건축디자인관리(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규정에서 정의한 설계자의 의무를 소개하는 것이다. 영국의 CDM에 따라 설계자는 건설작업을 수행하거나 건설작업에 영향을 받는 자, 구조물을 유지관리하거나 청소하는 자, 설계된 구조물을 이용하는 자에 대해 안전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위험 요소를 고려한 설계를 수행해야 한다. 국내에는 지난 2016년부터 건설작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설계의 안전성 검토제도를 도입해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대상 공사에 대해 설계자가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한 설계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주청이 확인하게 한다. 제도 시행 중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8년 건설기술진흥법에 설계안전성 검토제도를 명기하고 과태료 조항을 신설해 제도의 이행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있다.

설계안전성검토 제도는 영국,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설계자의 의무조항 또는 권장사항으로 이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의 결과를 보면, 설계단계에서 적극적인 위험요소의 정의와 제거는 시공단계에서 현존하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노력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며, 설계자들을 포함한 건설 관련자들의 작업자 안전에 대한 적극적 관심은 건설재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설계단계에서 전문분야의 지식을 갖는 전문가들의 현장에서의 안전성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작업에 대한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저감대책 수립의 일반적인 원칙은 제거, 대체, 기술적 제어, 관리적 통제, 개인보호장비 착용의 순서로 위험성 저감대책을 수립해야 된다는 것이다. 설계 단계의 안전설계는 저감대책 효과가 큰 위험요소의 제거와 대체, 기술적 제어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위험요소의 제거와 대체는 공사 단계에서 이뤄지기 어렵고 설계 단계에서 전문가들의 의사결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설계 단계의 근로자 안전을 고려한 설계는 건설사고 감소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설계안전성 검토제도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발주자 의무 중 하나인 설계안전보건대장에도 포함돼 국내에서 점차 안전설계의 대상이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설계자들은 우수한 엔지니어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설계자들의 현장 경험과 건설안전 교육이 부족해 설계자들의 높은 기술적 지식에 비해 현장의 건설안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설계 단계부터의 안전관리 강화를 통해 설계자들의 건설안전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지식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으며 설계자들의 구조, 지반 등의 전문성을 건설안전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어 건설안전 기술의 고급화를 이끌 수 있다.

설계자가 사전에 위험요소를 감소시키는 설계를 수행하고, 안전을 고려한 적정한 공기와 비용을 산정하고, 가설구조물과 안전시설을 설계도면에 반영함으로써 발주자가 관련 비용을 포함해 발주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아울러 시공자의 임의시공을 방지해 현장의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바꿀 수 있다. 설계 단계의 안전관리는 설계자들의 우수한 기술적 지식과 능력을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에 반영해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는 중요 수단이므로 최근 논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향후 설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국내 건설현장의 사고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되며, 실효성을 갖는 설계 단계의 안전관리를 수행함으로써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관점의 안전설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