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양도세 기준 놓고 당과 갈등 겪다 ‘사의’ 파문…靑, 즉각 반려
당, 종부세-재난지원금 등 밀어붙이기…정부 부처 무기력증 갈수록 심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청와대와 여당이 핵심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청이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정부와 빈번하게 갈등을 빚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수장인 김동연 전 부총리에 이어 2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중도 하차할 위기에 몰렸다.
이번 홍 부총리 ‘사표’ 파동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인상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통신비 지급, 재정지출 확대 등 핵심 경제정책에서 여당이 정부 부처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쌓여온 문제가 결국 터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부처 관료들의 불만을 홍 부총리가 대표해 터뜨렸다는 해석이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세 강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저는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단 현행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최근 2개월 간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수장인 부총리가 국회 정책질의 현장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굵직굵직한 세법 개정안 심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사직서 제출 공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이 발언 이후 정책질의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홍 부총리는 “(3억원으로 기준 강화를 주장했던 정부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10억원으로 갑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현행 유지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책 혼선에 책임을 지는 고뇌의 결단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과 청와대가 핵심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쌓여온 관료사회의 불만을 홍 부총리가 대표해 터뜨린 항의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핵심 경제정책에서는 번번이 당의 밀어붙이기에 물러서야 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선별 지급을 주장하다 여당이 ‘홍남기 경질’까지 거론하며 전국민 지급을 밀어붙이자 이를 수용했고, 2차 지원금에선 당이 전국민 통신비 지급을 포함시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종부세 인상 결정과정에서는 ‘홍남기 패싱(건너뛰기)’ 수모를 겪었다.
이런 일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수장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도 겪었다. 김 전 부총리도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놓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다 동반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번 파동은 청와대가 즉각 사표를 반려함으로써 일단 ‘봉합’되는 모습이지만, 파문은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 부총리가 사의를 완전히 접었는지도 불분명하며, 올 연말로 예상되는 개각 때 교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가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후임자가 오는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다해 직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답변해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