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분할 ‘알짜 매물’ 다수 불구
구조조정 성사 여부 지지부진
SK·LG·한화·CJ 등 장기전 태세
올해도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나오는 알짜사업 카브아웃(carve-out, 사업부 분할 매각) 딜 매물이 쏟아졌지만,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눈높이 차가 커 딜 성사는 지지부진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매각을 고심하고 있는 사업부 및 계열사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알짜 매물’로 통한다. 대기업의 뛰어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육성해 온 사업들인데다, 체계화된 생산 시스템이 갖춰진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딜 성사 여부에 가장 큰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업화를 위해 초기 단계부터 키워온 사업인 만큼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대규모 펀드 조성 등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도 매각가 눈높이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같은 매물을 소화할 M&A 시장에서의 평가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계열사 인수에 수반되는 노조와의 갈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한계에 대한 고민 등을 이유로 들면서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최근 내놓은 카브아웃 매물은 딜 성사가 지지부진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부터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추진해 왔다.
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측으로서는 SK루브리컨츠 일부지분 매각(최대 49%)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겠단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딜 무산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고급 윤활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알짜 매물인 만큼 SK측은 최대 2조원 안팎을 희망하고 있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수자는 해외 정유사 등 SI(재무적 투자자)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칼라일, KKR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에 국한될 전망이다.
LG하우시스는 자동차소재 사업부 매각을 위해 BoA메릴린치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딜을 검토해 왔다. LG그룹의 비주력사업 매각 기조에 따라 그동안 부진에 시달려 온 자동차사업부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 등 예민한 문제가 중첩돼 딜은 답보 상태다.
CJ대한통운은 건설부문 매각을 위해 CS(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 매각을 검토했지만 최근 이 계획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건설 매각이 무산되는 등 건설사 M&A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고 있다. 사업재편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여기에 최근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지분 교환으로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으면서 매각은 장기적 목표로 돌렸다는 평가다.
한화그룹 역시 한화손해보험 매각을 저울질했지만, 딜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한화손보가 보유하던 캐롯손해보험 지분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긴 뒤 한화손보 역시 매물로 나올 것이란 IB업계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악사손보 등 최근 손보사 딜 흥행이 주춤하면서 당분간은 시장 추이를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