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 5년6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서울 70주·수도권 64주 연속 오름세 이어가

수요 넘치는데 매물은 부족…“임대인 우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이달 31일로 새 임대차법을 도입한 지 세 달이 되지만 전세시장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세난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지방으로 확대되면서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대책 마련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지난주(0.2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이다.

새 임대차법 도입 석 달…전세대란 전국으로 퍼졌다 [부동산360]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비어 있는 매물정보란.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서울→수도권→지방으로 확산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한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랐다. 지난주까지 3주 연속 0.08% 상승하며 횡보하다가 4주 만에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송파구(0.11%→0.19%), 강남구(0.10%→0.18%), 서초구 (0.10%→0.16%) 등 강남3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수도권 역시 0.23% 올라 6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5년 11월 첫째 주(0.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주(0.21%)와 동일한 수준으로 올랐다.

수급 불균형은 최근 전셋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이번 주 192.8을 기록해 2003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0~200 사이로 표현하는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해당 지수는 각각 195.3, 196.2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을 보면 서울의 전세 매물은 세 달 전보다 72.2% 줄어든 468건에 그쳤다. 세종(-65.2%), 대구(-61.7%), 경기(-60.1%) 등에서도 매물이 60% 이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말 전격 도입된 새 임대차법이 매물 품귀현상을 가속화했다고 본다. 저금리 장기화에 집주인들의 반전세·월세 선호현상, 실거주 요건 강화, 청약대기·학군·이주 수요 등으로 전셋집이 귀해진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에 시장에 나올 매물이 잠겨버렸다는 것이다. 매물이 귀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새 임대차법으로 신규물량에 대해선 임대인이 100%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새 임대차법 도입 전후 시기를 비교해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임대차법 도입 직전 3개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90% 올랐는데, 도입 이후 3개월간 1.16% 올랐다.

전세난은 집값도 자극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이번 주 0.13% 올라 3주 연속으로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8월 첫째 주(0.13%) 이후 최대 상승이다. 전세가 품귀를 빚자 일부 전세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수 수요로 전환하면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임대차 3법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달 초부터 ‘전세대책’을 수차례 언급해놓고도 마땅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 별로 없다”며 “전세 안정화에는 궁극적으로 공급 확대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