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통계 자료 분석

외지인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 올해 1월 26.1%→9월 18.7%까지 떨어져

8·4대책·3기 신도시 효과 vs. 주택가격 급등·거래절벽·대출 규제 여파 반론도

“서울 입성 포기? 3기 신도시 효과?” 외지인 서울 아파트 매입비중 2년여 만에 최저[부동산360]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N서울타워에서 한 남성이 서울 시내를 응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비서울권 거주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반면, 급등한 집값과 매매·전세 매물 동반 부족, 각종 대출 규제 등 서울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영향도 제기된다. 아울러 2030세대들의 ‘서울 내집마련’ 여건은 해마다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한국감정원의 ‘9월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매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4795건 중 관할시도(서울) 외 거주자의 매입건수는 896건으로 전체 대비 비중은 18.7%였다. 8월 1354건(19.7%) 대비 건수와 비중 모두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18년 6월 18.3%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정부의 12·16 대책 발표 여파가 컸던 올해 1월의 경우 외지인 매입 비중은 26.1%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에도 월 22%에서 24%를 유지했지만 8월부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9월 거래량(4795건) 가운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구에서 동일 구의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2009건(4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거주지가 현 거주지가 아닌 다른 서울 구의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인 1890건(39.4%)보다 많았다. 동일 구 매입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같은 단지에서 ‘큰 평수로 갈아타기’를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구별 상황을 보면 서초구는 지난달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중이 16.5%에 그쳤지만, 동일구에서의 매입 비중은 43%를 기록했다. 반면 금천구(24.8%), 구로구(22.0%) 등에서는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한편 최근 집값 상승으로 2030세대의 서울 내 집 마련을 위한 평균 기간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한국감정원·통계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년~2020년 가구주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PIR’ 자료에 따르면 39세 이하가 가구주인 2인 이상 도시 가구의 서울 평균가격 아파트 PIR은 지난 2017년 6월 11.0년에서 2019년 12월 기준 15.0년으로 4년 증가했다. 2017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다.

PIR(Price Income Ratio)은 연 가구소득을 모두 주택 매입용으로 사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2030세대 가구가 평균 가격의 서울 아파트(지난 6월 기준 8억7189만원)를 구입하기 위해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기간이 현 정부 출범 이래 4년 증가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도 PIR이 늘어나긴 했지만 2030세대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40대 가구의 PIR은 10.2년에서 13.6년으로 3.4년 늘었고 50대 가구는 3.2년 증가했다. 60대 이상 가구까지 포함한 전체 PIR은 11.4년에서 15.2년으로 3.8년 늘었다.

상대적으로 쌓아놓은 자산이 적고 사회초년생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2030세대 입장에서는 서울의 집값 상승 여파가 더 크게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청년 가구의 내 집 마련 시기를 4년이나 늦췄다”며 “수십차례의 주거대책을 남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주거 사다리는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실수요자들에 있어, 연말 주택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가격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면서 “이에 정부도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거주목적의 실수요자가 움직이는 전세시장의 경우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뾰족한 단기대책 마련이 어렵다.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연구원은 “과거 전세가격이 장기간 상승할 경우 실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세가격의 안정 여부가 향후 매매시장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igroot@heraldcorp.com

국감서 드러난 정부의 ‘전세난’ 고민…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예고[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