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에 2.5% 전월세전환율 안쓰여
임대차법 시행 후 월세 전환 가속화
새 임차인 부담 커질 수 밖에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210㎡(이하 전용면적)가 이달 17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를 정부가 권한 전월세전환율 2.5%로 계산하면 전세보증금이 19억2400만원에 달한다. 지난 8월 이 아파트 전세가는 10억원, 두달 새 9억원이나 전셋값이 오른 것일까.
공인중개업계에선 정부가 권한 2.5%의 전월세전환율이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상 전셋값이 1~2억원씩 오르는 상황에서, 새로 맺는 계약의 경우 가격 상승분의 월세 전환은 ‘시세’에 맞춰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종전 전월세전환율 권고비율인 4.0%로 계산하면 신동아아파트 210㎡의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의 전세보증금은 12억4000만원으로 직전 전세계약금과 차이가 좁혀진다. 아직 시세가 종전 권고비율로 계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전세수급 불안으로 신규 전세시장이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에서 제출받은 전월세전환율 자료를 보면, 전환율이 2.5%로 인하되기 직전인 지난 8월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당시 법정 전환율보다 실제 전환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공실 등 임대차 관련 위험이 큰 지방으로 갈수록 전환율이 높아져 8개도의 평균은 7.4%에 달했다.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일수록 공실 우려 등이 적어 전월세전환율이 3%대로 낮고, 외곽지역일수록 높은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라며 “시장 가격이 하락세일 때는 전월세전환율을 낮춘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세입자가 새 집을 구하지 못해 어려울 때는 사실상 무의미한 정책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 상승분이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의 경우 2.5%가 아닌 시장이 정한 가격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KB국민은행은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전셋값이 0.51% 상승했다고 밝혔다. 9년래 주간 단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감정원도 같은 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69주째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오름세는 전세 수급 불안에서 기인한다.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세입자는 ‘을’이 될 수 밖에 없다. 전월세전환율을 두고 ‘협상’에 나설만 한 위치가 아니란 얘기다.
목동아파트1단지 65㎡는 이달 12일 전세 4억9350만원에, 17일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122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신고했다. 이 중 월세 낀 계약을 정부 권고 비율 2.5%로 계산하면 보증금 6억8560만원으로 5일 전 거래가보다 2억원 가까이 높은 값에 거래된 것이 된다. 종전 전환율(4%)로 계산하게 되면 4억6000만원대로 비슷하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전세대란은 이제 시작”이라며 “내년 입주 물량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다가, 다주택자 매물 역시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아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정부가 원하는 안정세에 접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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