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있어 독감 접종 꺼려” “무료접종 이전에 돈 내고 맞았다”

전문가 “접종 중단·지연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 발생할수 있어”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로 30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이 국민들에게 접종되고 있다. 얼마 전 상온에 노출된 ‘백색입자 백신’이 문제가 된 가운데 기저 질환이 없는 18세 고등학생이 독감 접종 후 사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오는 26일부터 만 62~69세의 무료 독감 접종이 시작되면서 어르신들이 고민에 빠졌다. 더욱이 지난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되며 일부 경로당도 운영을 재개해 노년층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부분 노년층은 독감 접종에 걱정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장모(68)씨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몇 바퀴를 뛸 정도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독감 백신을 맞을 거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씨는 “원래 주사를 맞으면 반응이 심해서 맞지 않는데 최근 뉴스들을 보니 더욱 맞고 싶지 않다”며 “그래도 주변에서는 맞는 사람들도 꽤 많더라. 하지만 (무료 독감 백신을)믿지를 못하니 무료 접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각자 돈을 주고 맞더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A씨는 “평소 당뇨 등 기저 질환이 있어 독감 접종을 맞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A씨의 손녀 B씨도 “백신이 죽은 균이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접종 이후 면역반응으로 큰일 나실까 접종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든 독감이든 조심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친구 분들도 잘 만나지 않으신다. 가끔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게 외출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와 상관 없이 접종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박모(70)씨는 “무료 접종 첫날인 월요일(지난 19일) 아침 병원을 찾았지만 30분 만에 병원에 구비돼 있던 무료 백신 100명치가 동이 나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이어 “(고교생)사망 뉴스를 봤으나 백신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무료 접종분뿐 아니라 유료 접종도 아예 동날 정도라 막내 아들도 접종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망 사례와 독감 백신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접종을 꺼리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률이 떨어지거나 접종 시기가 지연됐다가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생)사망 사례는 부검을 통해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백신과 연관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독감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런 사안으로 접종을 지연하거나 중단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같은 신성약품 백신이더라도 상온 보관이나 백색 입자가 발견됐던 백신들은 노인들을 위한 무료 (백신)접종분이 아니다”며 “고령자들은 독감 접종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