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서비스 제공자 대전환

AI·도심항공모빌리티 전략 구체화

배터리·글로벌 자율차 협업 탄력

수소차 등 친환경차 흐름도 주도

순혈주의 타파 인재 영입 속도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선임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신년회에서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히며, 올해부터는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선임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신년회에서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히며, 올해부터는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이어받은 것은 제조업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수소·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미래차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신임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총괄했다. 그의 미래차 구상은 수소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둔 정부의 방향성과 글로벌 친환경차 흐름을 주도하며 가시적인 수익성 확보로 이어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월 이사회에서는 정몽구 회장에 이어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핵심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뚜렷하다.

정 신임 회장은 모빌리티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장을 줄곧 강조해왔다. 해외 상용차 시장에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그의 작품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서비스 제공자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는 구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한계를 넘어 서비스 업체로의 사업 확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미래사업 역량에 투입하는 비용은 20조원에 달한다. 전동화 사업에 9조7000억원을, 인공지능(AI)와 UAM 등 신사업에 7조8000억원, 자율주행 사업에 2조5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 사업과 함께 2025년엔 연간 167만대의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전체 생산물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로드맵과 비교해도 적극적인 행보다.

협업도 꾸준하다. 지난 5월부터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총수 회동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협력 확대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앱티브사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출범한 데 이어 한화큐셀과 CJ대한통운과 전기차 가치사슬(밸류체인) 협력도 맺었다.

전날 기공식을 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정 신임 회장이 강조했던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가 투영된 까닭이다. 그는 기공식 환영사에서 “HMGICS의 비전인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간 중심의 밸류체인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구현될 혁신이 미래를 변화시키고 인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역할 확장도 관측된다. 정 신임 회장은 2018년 12월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 공사에서 2030년까지 국내에서 수소전기차를 연간 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해 4월엔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E’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시장에 오는 2030년까지 2만5000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소전기차를 수출하며 수소사업 영향력도 확대 중이다.

로보택시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의 결합 시도는 지역별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도 중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카셰어링·로보택시 관련 기술의 검증을 진행했으며, 아시아에선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와 연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 ‘올라’ 등에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부 인재 영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정 회장의 순혈주의 타파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 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디자인, 해외 영업 수장이 모두 외국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