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3일 첫 5G폰 아이폰12 시리즈 공개
전작 대비 무게 줄이고 속도 높여
5G 고주파 대역 밀리터리파 지원…국내선 '그림의 떡'
출고가 전작과 비슷…액세서리 제외로 체감 가격은↑
아이폰12 공개 후 주가↓…서프라이즈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름값 톡톡! 판매량은‘ 대박 예측’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스펙 변화 예상수준, 서프라이즈는 없었다”(신한금융투자 박형우 수석 연구원).
애플의 주가가 아이폰 발표 당일 2.7% 하락했다. 시장 예상 수준 외 서프라이즈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13일(현지시간) 자사 첫 5세대(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를 드디어 공개했다. 일찌감치 5G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 화웨이 등 경쟁사보다 1년 가량 늦은 시장 진입이다.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폰12 시리즈는 전작 대비 '가볍고 빨라진 것'이 특징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 연설에서 "5G를 통해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공언했다.
5G 네트워크 탑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충전기, 이어폰 등이 제외되며 체감 비용은 사실상 높아졌다.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서프라이즈'도 없었다. 시장의 아쉬움을 반영하듯 아이폰12 공개 이후 애플 주가도 3% 넘게 곤두박질쳤다.
직각 디자인의 귀환!…더 가볍고, 더 빨라졌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사옥 애플파크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아이폰12 시리즈 4종을 선보였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시장의 예상대로 ▷5.4인치 '아이폰12 미니' ▷6.1인치 '아이폰12' ▷6.1인치 '아이폰12 프로' ▷6.7인치 '아이폰12 프로 맥스' 등 총 4종으로 구성됐다. 최근 3년간 애플은 기본모델, 프로, 맥스 등 3종으로 '체급'을 나눠 출시해왔지만, 이날 행사에서 미니 모델을 새롭게 추가했다.
디자인도 3년만에 바꿨다. 모서리가 둥근 베젤(테두리)에서 벗어나, 10여년 전 출시됐던 '아이폰4'와 유사한 직각 테두리를 차용했다. 또 아이폰11 대비 두께는 11% 얇아졌고, 부피는 15% 작아졌다.
속도도 높였다. 애플은 아이폰12에 스마트폰 칩으론 처음으로 5나노미터 공정기술이 적용된 'A14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경쟁모델 대비 50% 빠른 중앙처리장치(CPU) 속도, 50% 빠른 그래픽처리장치(GPU) 속도를 지원한다.
여기에 5G 고주파 대역인 '밀리터리파'(mmWave)를 지원한다. 특히 미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초광대역'(UWB)도 도입한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4.0Gbps, 최대 업로드 속도가 2.0Gbps에 달한다.
출고가는 똑같은데 액세서리는 제외…체감 가격 '쑥'
이날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12의 시작가는 최저 용량 기준 ▷아이폰12 미니 699달러(국내 95만원) ▷아이폰12 799달러(109만원) ▷아이폰12 프로 999달러(135만원) ▷아이폰12 프로 맥스 1099달러(149만원)부터다.
아이폰11의 경우 같은 용량 기준 ▷아이폰11이 699달러 ▷아이폰11프로 999달러 ▷아이폰11프로 맥스가 1099달러부터 시작했다. 아이폰11의 가격이 아이폰12 미니 가격과 같아 사실상 아이폰12 가격은 다소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 출고가는 전작과 동일하다.
하지만 충전용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 등이 함께 제공되지 않아 체감 가격은 올랐다. 전송·충전 속도가 향상된 'USB-C 라이트닝 케이블'만 제공된다.
아이폰12 미니와 아이폰 12는 블랙, 화이트, 프로덕트 레드, 그린, 블루 5가지 색상으로,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는 그래파이트, 실버, 골드, 퍼시픽블루 등 4가지 색상으로 나온다.
'예상 빗나가지 않은 기대 이하' 평가…그럼에도 ‘이름값’ 판매량은 '대박 예측'
아이폰12 시리즈는 오는 16일(1차 출시국) 사전예약을 거쳐 23일 정식 출시된다. 1.5차 출시국에 포함된 한국은 23일에 사전 예약을 받은 뒤 30일 정식 출시한다. 이 가운데 아이폰12 프로 맥스와 아이폰12 미니는 아이폰12 및 아이폰12 프로보다 한 발 늦은 다음달 초 출시된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차질 등을 빚으며 전작보다 한 달여 늦게 공개됐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도 높았지만, 실물 공개 후 시장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원'이라는 평가다.
외려 실망스럽다는 평도 나온다. CNBC는 아이폰12 시리즈 공개 후 “애플이 자랑하는 가장 빠른 밀리미터파 속도(5G)를 대부분은 이용할 수 없다. 도시 지역으로만 제한되며, 도시에 살더라도 신호의 범위가 제한돼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5G 고주파 대역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국내 출시되는 아이폰12 시리즈에는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안테나도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했던 120Hz 주사율 지원도 없었다. 주사율은 1초당 디스플레이에 재생할 수 있는 이미지 수를 뜻한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초당 더 많은 이미지를 재생해, 잔상 없이 부드럽고 생동감있는 화면 표현이 가능하다. 갤럭시노트 20, 갤럭시S20FE 등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엔 전부 120Hz 주사율이 적용됐다.
실제 이를 방증하듯 아이폰12 발표 후 애플의 주가는 한때 4% 가까이 급락했다가 2.7%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전작의 성적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1차적으론 애플의 5G폰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도 무관치 않다. 세계 1위 5G폰 제조사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핵심 부품 수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 1분기 신제품 생산이 중단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수석 연구원은 “알려졌던 수준의 성능 개선외 서프라이즈는 없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와 5G가 만든 교체 수요로 인해 판매는 낙관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예년 대비 다소 늦은 10월 중순 출시에도 불구하고 올 12월까지 누계 판매량이 전년도 9월 ~ 12월간 판매된 아이폰 11 누계 판매량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도 애플이 올해 세계 2위 5G폰 제조사로 올라선 뒤 내년엔 5G폰 판매 1위 업체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