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 40% 육박
2000년 이후 기준으론 8배 이상 폭발적 증가
연공형 임금체계 불공정 심화·동기 부여 저해
시간당 노동생산성 39.6달러로 급속히 저하
경영계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노동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안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대기업 회장단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각종 기업규제법안에 대한 논의를 유보하고 국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기업 규제 법안들의 논의를 보류해 달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을 언급하고 고용과 임금 구조의 개선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손 회장이 이날 회장단 회의에서 언급한 국내 기업들의 최근 2년간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38%나 늘었다.
2000년 이후 기준으로 보면 800% 이상 폭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00년 54억 달러, 2005년 74억 달러, 2010년 255억 달러, 2015년 304억 달러, 2018년 498억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손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고임금·저생산성 구조가 고착됐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산업경쟁력은 위축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기국회에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환경 규제를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 고용과 임금이 모두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높은 임금 수준과 규모에 따른 과도한 임금 격차는 해묵은 과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당 GDP 대비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임금은 한국이 190.8%로 미국(100.7%), 일본(113.7%), 프랑스(155.2%)보다 월등히 높았다.
실질구매력을 고려한 한국의 세전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3위에 해당하는 5만6488달러(한화 약 6582만원)였다. 특히 가처분 임금은 4만8045달러(약 5597만원)로 OECD 가운데 3번째에 해당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대비 30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 수준은 2018년 기준 63.8%에 불과했다. 대기업 근로자의 고임금 구조가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고, 소득 불균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연공형 임금체계로 인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근로자의 성과와 직무가치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탓에 불공정 심화와 동기부여 저해를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고용부가 집계한 2018년 기준 1000인 이상 사업장의 호봉급 도입 비율은 70.2%에 달했다.
여기에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올해 8590원으로 연평균 8.8% 인상률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2.3%)보다 3.8배, 명목임금상승률(4.8%)보다 1.8배 높은 수치다.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진행형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9.6달러였다. 이는 OECD 가운데 28위로, 미국의 55.8%, OECD 평균의 72.7% 수준이다.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비용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낮은 생산성이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8년 기준 1967시간으로, 36개국 가운데 3위였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전날 경총회관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기업인들이 논의한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이 함께한 만큼 다양한 산업별 과제가 언급됐다”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부담법안보다 과도하게 낮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법인세와 기업 상속세 등 기업투자 여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