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한 원심 파기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천안함이 북한 어뢰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좌초됐다고 주장한 신상철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신씨의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지만, 비방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강열)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북한 어뢰가 원인인 점은 명백… 잠수함 충돌도 불가능
재판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증명됐다”고 못박았다. 침몰 당시 파열음과 수중 거품을 분석한 결과 수중폭발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고, 발견된 어뢰 추진체가 북한이 해외 수출용으로 제작한 CHT-02D 모델 설계도면과 크기와 모양이 일치한다는 판단이다.
어뢰에 표기된 ‘1번’ 글씨 논란도 일축했다. 이 글씨가 유성 매직 성분으로 표기됐다고 하더라도, 폭발열로 인해 녹아 없어진다고 볼 수 없고, 신씨가 주장한 것처럼 녹이 슨 표면 위에 기재된 것도 아니라고 봤다. ‘수중폭발의 전형적인 현상이 없었다’는 신씨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선체 내부에 화염, 화재, 열상 흔적이 없었다고 해도 다국적 합동조사단이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수중 비접촉폭발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고서에는 천안함에 쓰인 어뢰가 직접 파편으로 신체손상을 가하는 유형이 아니라 수중 폭발로 ‘워터제트’를 일으켜 선체에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기재됐다.
신 씨가 내놓은 가설 중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점도 “47m 정도의 저수심에서 잠수함이 부상하는 힘만으로 1200톤급 천안함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좌초설’ 비판 여지 크지만 무죄…“쉽게 형사처벌하면 논쟁 봉쇄 우려”
재판부는 “신씨가 천안함의 침몰 원인으로 ‘좌초 후 충돌설’을 주장하면서 정부와 군 당국을 비난한 부분은 그 내용의 비합리성이나 표현의 부적절성 등을 고려하면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천안함 사건의 경우 사고 원인과 조사 과정,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기 대문에 군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 역시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 자유경쟁 영역에서 다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겉으로 드러난 표현방식을 문제 삼아 쉽사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의 논쟁 자체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신씨가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게시하거나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씨는 2010년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 등에 총 34건의 글을 올려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1심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