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정기예금이 84.3%
한은 통계작성 이래 최대
평균금리 0.8%, 세후 0.68%
물가상승분 반영땐 -0.27%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기록한 가운데 시중은행에서 연 1%대 이자를 주는 예금이 사실상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 진입한 셈이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수신비중’ 자료에 따르면 8월 현재 예금은행에서 1%대(1.0% 이상 2.0% 미만) 정기예금 비중은 15.7%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대 정기예금 비중은 전체 정기예금 비중의 96.2%를 기록하며 예금상품 중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저축 이자율을 0%대로 내려 정기예금 가운데 1%대 금리 상품이 크게 줄었다.
8월 기준 0%대 정기예금 비중은 84.3%로 한은은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0.75% 이상 1.0% 미만인 비중은 48.9%이고 0.75%도 안되는 상품이 35.4%나 됐다.
작년 초만 해도 전체 중 절반에 육박했던 2%대 예금 상품은 작년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지더니 지난 7월부턴 아예 씨가 말랐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0%대로 더 평준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그나마 남아 있는 1%대 예금 상품도 종적을 감출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은행 순수저축성예금의 가중평균금리는 0.80%를 기록했다. 여기서 이자소득세(15.4%)를 제하면 사실상 이자율이 0.68%밖에 되지 않는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0.95%) 상승했다. 8월 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해도 지난달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예금의 실질금리는 -0.27%인 셈이다.
2018년 하반기 등 이전에도 인플레이션율이 금리를 앞질러 마이너스 실질금리 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엔 정상적인 물가 상승률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엔 저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0%대 기준금리가 유지된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물가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경기의 생기를 잃어가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은 장마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영향이 반영돼 4분기엔 물가가 다시 안정 흐름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유가 하락 지속과 교육 분야의 정책지원 강화, 온라인 쇼핑 확산 등으로 저물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도 1.0%로 보고 있지만, 한은이 경기 회복을 확신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한 당분간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지속될 전망이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