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투박한 美 빌트인 철옹성 도전
기술력·디자인으로 트렌드 주도 보람
“Be Bold. Resonate with soul.(담대하라. 마음으로 교감하라.)”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팀장(전무)을 만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디자인라운지 입구에는 이같은 문구가 걸려있다. ‘의식 있는 개척자로서 어제의 틀을 깨고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한다’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이다.
최 전무는 27년 삼성전자에 몸담으며 가장 도전적이었던 디자인 과제로 데이코의 가전 라인업을 전면 재구성한 것을 꼽았다. 데이코는 2016년 삼성전자가 약 1억달러(1170억원)에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다.
최 전무는 “데이코는 원래 냉장고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조달했다”며 “데이코 인수 후 삼성전자는 냉장고를 포함해 레인지 등 기존 제품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더니스트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천편일률적이고 투박했던 미국식 빌트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었다. 4도어 플렉스 냉장고와 더블월 오븐, 쿡탑(전기레인지)에 적용된 고급스런 디자인은 보수적인 미국 빌트인 시장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데이코의 쿡탑은 미국 시장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지에선 30년간 노후된 기술과 낡은 디자인에도 고가 정책을 고수하던 미국 빌트인 철옹성에 삼성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전무는 “미국 빌트인 전통강자인 바이킹이나 서브제로의 아성에 비하면 데이코는 다윗과 골리앗 같았다”면서 “업계의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승부한 것이 미국 소비자와 교감하며 전체 빌트인 업계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설명했다.
최 전무는 디자인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언급했다.
그는 “냉장고가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세탁기가 빨래만 잘하면 되는 것이 다가 아니다”며 “냉장고와 세탁기가 아름다우면 그 공간이 좋아지고 귀찮은 일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매일 볼 수 있다면 삶에 작은 위로와 행복을 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한번 쓰고 버리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들의 영혼에 깊은 위로를 주는 디자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