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한가위’ 맞는 전통시장
과일 가격 알면 놀라 도망갈것
국내산 올라 수입육으로 방어
준비한 것만이라도 팔았으면…
“명절마다 과일 사러 오시던 분이 올해는 안 보이네요”.
서울 신림동 신사시장에서 7년째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최제중(52) 씨는 명절 때면 보이던 ‘큰손’ 고객들이 매장에 들르지 않아 초조하다. 명절 일주일 전후로 찾아와 선물용 과일을 50만원 이상씩 구입하던 손님은 올해에는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선물용 과일을 통 크게 사던 중국인 손님들도 발길이 뚝 끊겼다.
최씨는 “보통 명절 고정 고객을 기준으로 과일 초도물량을 결정하는데, 올해는 손님이 적어 작년 추석의 절반 정도 준비했다”며 “지금처럼 손님이 없으면 그마저도 다 소화하지 못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인 26일 오후 4시께 신사시장은 명절을 앞둔 주말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택배 차량이 경적 한 번 울리지 않았고 방역 차량도 멈추지 않고 시장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례 없던 비대면 추석은 전통시장에서 ‘명절 특수’라는 말을 몰아냈다.
게다가 연이은 태풍과 장마의 영향으로 과일과 채소가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떨어져 판매가 더욱 저조했다. 가게에서 채소를 포장하던 최씨의 아내 이재은(52) 씨는 “명절에는 택배 포장으로 정신없어야 하는데 이번 추석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가게 한쪽에 쌓인 선물 상자에 가격표가 없는 것에 대해 “값이 많이 올라 가격을 붙이면 사람들이 다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쪽에서 15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양철승(52) 씨도 올해 추석을 준비하려고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직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붐볐지만, 올해는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한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씨는 그나마 다른 상인들에 비해 타격이 작은 편이라는 전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국산 고깃값이 급등하자 고객들이 수입육을 찾을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수입육 비중을 늘렸다”며 “수입육 아니었으면 장사가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에 상인들의 실망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청과점 최씨는 “추석에 대한 기 대감은 없다”며 “준비한 물량만 다 팔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육점 양씨도 “수입육으로 매출을 어느 정도 맞춘다고 해도 명절 직전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 같은 게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재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