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화문 집회에서 만났던 기자입니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해당 집회 참가자들은 검사받으라고 안내문자가 왔는데 걱정돼 연락드렸습니다.”

여러 차례의 전화와 문자에도 답은 없었다. 광복절이었던 지난달 15일 서울 도심집회 취재 현장. 한 중년의 시위참가자가 “후진하던 경찰버스에 한 집회 참가자가 끼어 기절한 장면을 봤다”고 해 취재차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집회 당일 밤까지 친절히 답장했던 그가 돌연 연락을 끊은 것은 ‘광복절 서울 도심집회에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참여했다’는 보도 직후였다.

지난달 19일부터 10명, 20일에는 8명, 21일은 53명. 하루하루 광복절 집회 확진자 수가 늘어만 갈 때 “실외에 마스크까지 착용해 감염위험이 없다”고 했던 참가자들은 모두 답이 없었다.

경찰과 방역 당국 역시 입을 열지 않는 광복절 집회 참가자들로 애를 먹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집회 인솔자들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자 지자체는 이들을 고발하고 경찰은 소환조사를 했다. 그사이 “경찰버스가 후진하는 바람에 집회 참가자 한 명이 깔려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는 빠르게 퍼졌다.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다. 보수단체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개천절에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신고했다. 비대위는 법원이 집회 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가능한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서라도 시위를 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형식으로라도 시위를 강행할 기세다. 온라인에서는 ‘10·3 자유우파 집결, 핸드폰 off(전원 종료)’ 포스터가 ‘역학조사 침묵’에 대한 우려를 보탰다.

아직도 ‘광복절 집회발(發) n차 감염’은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는 대구 ‘동충하초 설명회’를 고리로 충북의 사무실 두 곳과 요양원까지 이어져 지난 17일 현재 604명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추석 연휴 이후 ‘개천절 집회’라는 또 다른 ‘감염 도미노’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경찰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금지 통고한 집회를 강행한다면 경찰을 사전에 배치하고 철제 펜스를 설치해 집결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제지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놨다. 경찰을 폭행한 집회 참가자들만 체포한 광복절 집회와 달리 해산에 불응하면 현장 체포도 감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앞수레가 뒤집힌 자국은 뒷수레의 좋은 경계가 된다(전복후계·前覆後戒)’는 격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원은 ‘광복절 집회 가처분 신청 인용’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 이후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됐다는 배모(49) 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완치자로서 코로나19 일상 속 당부할 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내 생각, 내 주장보다도 부디 타인을 먼저 생각하길 바랍니다. 개천절 집회에는 나가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