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값(전기요금)이 수입콩값(원유)보다 더 싸지 않는 구조로
연료비 연동제 도입→합리적인 소비 유도→온실가스 예방 효과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올해안으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 발표를 준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신재생 의무 이행 등에 따른 환경 비용을 별도로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기요금 결정과정이 정치화되면 안 된다는 조언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안으로 전기요금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방향은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조정은 2000년부터 2020년 8월 현재까지 20년간 총 17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요금인상이 단행됐던 시점은 각종 선거가 없는 해이거나 선거 이후였다. 따라서 4·15 총선이 끝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가 합리적인 전기요금 개편을 단행할 적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전기를 생산할 때 투입한 총 경제적 비용,즉 ‘총괄 원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원가 회수율(전력판매액을 전력 판매 원가로 나눈 값)은 2015년(106.1%)과 2016년(106.3%), 2017년(100.5%)을 제외하면 모두 100%를 밑돌았다. 2018년 93.5%, 2019년에는 90.1%에 그쳤다. 원가 회수율이 100% 이하면, 한전이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팔았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에 대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임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전기요금을 연료가격 변동 등 시장원칙에 따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두부공장에 비유해 설명한 바 있다. 연료비 연동제란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원유나 천연가스, 유연탄 등 발전 연료비가 상승하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하락하면 전기요금을 내리는 제도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상위 50개국 중 37개국이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이다.반면, 도입하지 않은 13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자원이 풍부하거나 국가시스템 성숙도가 낮은 국가들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발표된 전기요금개편안에 연료비 변동과 환경 비용을 자동으로 반영하는 구조를 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전력시장을 시장답게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해 온실가스 예방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총괄 원가가 급변동하는 주요 원인은 연료비 변동과 환경 비용”이라며 “두 비용을 자동으로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전기(소매)요금 제도는 비용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등의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며 “일회적인 요금 정상화보다는 요금제도 자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력 요금 결정 과정이 정부 또는 정치권 주도로 이뤄져 정치화됐다”면서 “전기요금 조정이 정치적 사이클에 의존하다보니 가격과 소비구조를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적정한 공공요금은 과소비 또는 급격한 소비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는 공급자의 재정악화를 가져오고, 국민의 재정 부담과 미래 채무부담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