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R-W-W 평가방법 도입
하반기부터 모든 사업본부 적용
시장분석 통해 위험·비용 최소화
“연구개발 정교화·브랜드화 전략”
GE·노바티스 등 세계적 기업 활용
신학철(사진) LG화학 부회장이 주요사업부문의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글로벌 기업인 3M에서 사용하는 R&D 평가체계를 벤치마킹해 제품 개발 전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위험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을 배경으로 수익성을 더욱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초 R&D 평가방법으로 ‘R-W-W’ 시스템을 도입했다. R-W-W는 ‘시장과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가’(Real),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Win)’, ‘전략적·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가(Worth)’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경영학적 기법이다. 미국 제조업체 제너럴 일렉트릭,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에서 활용한 바 있다.
LG화학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서 R-W-W 평가 툴을 활용해 R&D 과제 세부 평가 방법을 만들었고, 상반기부터 해당 툴에 따라 R&D를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각 사업본부의 특성에 맞게 평가항목을 수정해 전사적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LG화학은 자체 R&D 평가 협의체와 리뷰 시스템을 통해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해왔다.
이와 관련해 신 부회장은 지난 10일 임직원 대상 CEO 메시지를 통해 “작년에 사업 포트폴리오와 연계해 미래 과제를 재설정했고 배터리 소재 등에서 유망한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R&D 성공률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W-W’ 평가툴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객관적으로 평가·관리해 연구개발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연구개발 평가시스템 도입은 3M 출신인 신 부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 학계에서 3M은 R-W-W를 적용해 성공을 거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3M은 2000년대 초 이 분석 툴을 활용해 15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이후 매년 3000 건 이상의 신규 특허가 발생하고 신제품이 총 매출의 40 %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그룹 부사장 등을 거치며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이끈 인물이다. 2011년에는 3M 해외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신 부회장은 R-W-W 도입을 강조하며 “세계적인 선도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툴”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전사적으로 특정 R&D 평가 방법을 도입한 것은 향후 연구개발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성과 경제성,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은 어느 회사나 비슷하지만 R&D 평가방식에 대해 명칭을 붙이고 전 사업부문이 일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회사가 연구개발을 더욱 정교화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흑자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수익성 창출 궤도에 오른 만큼 R&D 성공률을 높여 차세대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R&D 평가방법 혁신 으로 불필요한 투자를 막고 제품의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R&D 평가방법 혁신을 통해 시장의 성장 규모, 수익성, 경쟁자 현황, 대체 리스크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 관리하고 연구과제의 성공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