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공고 등 절차 진행
잡음 줄이려 공공기관 위탁 검토
직접 매각시 수의계약 가능성 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들였던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 방식을 두고 고심중이다.
사모펀드를 통해 세금 회피 등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정치권 논란 탓에 재매각에 나선 만큼, 추후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위탁 매각 등 전례 없는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20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이르면 이달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 매각을 위해 원매자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삼정KPMG를 재무자문사로 선임했고, 조만간 매각주관사도 선정해 매각공고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7월 사모펀드 ‘이지스 제371호’를 통해 삼성월드타워 한 동 전체를 약 420억원에 매입했다.
이때 새마을금고로부터 270억원가량 대출을 받았는데, 서울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범위를 벗어나는 규모의 대출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지스운용은 총 사업비 8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토지 담보 시설자금대출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철저한 점검을 거론하는 등 논란이 커졌고, 결국 이지스운용은 이익을 보지 않고 자산을 재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은 자산을 공공기관에 위탁해 매각하는 방식도 선택지 위에 올렸다. 매각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 혹은 산하 SH주택도시공사의 자산관리자회사를 통해 매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이 민간의 자산을 넘겨받아 대신 매각하는 것을 규정한 제도가 없어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아무 이익도 없이 논란이 된 자산의 매각을 대신 맡는 수고로움만 더해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자산을 넘겨받은 공공기관이 별도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개발 규제를 완화해 기대이익을 높여주는 대신 일부 세대를 임대용으로 기부채납 받으면 공공기관으로서는 성과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위탁 매각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낸다면 “정치권이 호통 쳐서 뺏은 자산으로 공공기관이 돈을 번다”는 지적이 일 수 있다.
결국 이지스운용이 직접 매각을 진행한다면,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 형식이 유력하다. 자금 조달 방법이나 제시한 개발 계획이 추후 부정적 여론을 맞닥뜨리지 않을 만한 원매자를 선별해 개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월드타워 재매각이 본격화한다면 시장의 관심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7호선·분당선이 지나는 강남구청역의 초역세권 단지인데다, 이지스운용의 매입가가 전용면적 59㎡은 7억원대 중반, 84㎡은 10억원대 초반으로 추정돼 시세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지스운용이 매입가 그대로 매물로 내놓은 현재의 상황은 개발사업자들에게는 놓치면 안 될 '로또'로 여겨지고 있다"며 "다만 담보대출 외에 우선주 등 메자닌 성격의 투자까지 받아 수익을 극대화했을 이지스 펀드 투자자들의 전략과 비교하면, 수익률은 다소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