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연기 기사를 쓴 뒤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국내에서 판매된 많은 무역금융펀드 내에 채권자나 채무자가 중복되거나 특정 업체가 A펀드에서는 채무자였다가 B펀드에서는 채권자 및 채무자로 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업체 중에는 주소 혹은 최대주주가 같거나 범죄와 연루돼 폐업 신고를 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제보자의 말대로라면 무역금융펀드 상당수는 사기란 얘긴데, 황망할 따름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능할 법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리스트를 보면 롱뷰, 로디움, 알지스, 알피스, 아그리트레이드 등 몇몇 곳이 주로 나온다. 무역금융은 무역거래 시 발생하는 신용장, 대출 등 거래를 증빙하는 계약서만 있다면 손쉽게 자금 공급이 이뤄지는 구조다. 언제든 위·변조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도 얼마나 사고가 많았는지 최근 한 외신은 2020년을 ‘송장 사기의 해’라고까지 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한 무역금융펀드는 싱가포르, 홍콩을 넘어 유럽, 아프리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거래업체들은 대부분 영세기업이다. 생각해보자. 국내 중소기업에서도 사기에 휘말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수십개, 수백개의 계약의 진위를 하나씩 대조해보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무역금융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자금이 흘러가는 구조다. 국내에서 아무리 감시를 한다 한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무역금융펀드의 인기에 편승에 우후죽순 상품을 들여왔다. 이들의 운용 이력을 보면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등에 특화된 업체가 상당수다. 무역금융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무역거래가 얼어붙었다. 환매 연기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요인 때문인지, 사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최근 아름드리운용처럼 현지 보험사로부터 사기·기망 혐의가 있다는 점을 통보받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할 뿐이다. 금융감독원이나 판매사들도 이제야 무역금융펀드의 이런 맹점을 알았지만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다.

무역금융펀드는 과거 은행들이 주로 취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은행자본 규제인 ‘바젤Ⅲ’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위험하다며 이를 접었다. 은행들이 ‘버린’ 상품을 이어받은 게 헤지펀드다. 국내에서는 2~3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졌다. 보험까지 적용돼 위험 없이 고수익이 가능한 ‘완벽한 상품’인 양 소문이 퍼졌다. 위험없는 고수익은 투자의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완벽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아마 글로벌 큰손들이 몽땅 가져갔을 게 뻔하다. 한국의 개인투자자에까지 차례가 온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낭만적인 생각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코로나19라는 연무 탓에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가 수익을 가져오는 개인지, 투자금을 떼어 갈 늑대인지 알 수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도 없다. 안개가 걷힌 뒤 나타난 존재가 늑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