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내 장교숙소 리모델링 거쳐

내달부터 전시공간 등 상시개방

공원계획 국민소통 본격 착수

서울시 용산구 용산기지 동남쪽 미군 장교숙소 5단지. 양영경 기자
서울시 용산구 용산기지 동남쪽 미군 장교숙소 5단지. 양영경 기자

서울시 용산구 용산기지 동남쪽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내 ‘오픈 하우스’. 빨간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주택 입구엔 주인이 두고 간 흔들의자가 관람객을 맞는다. 내부로 들어서면 공용 공간과 널찍한 주방, 거실이 차례로 이어진다. 주방 맞은편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오르면 안방과 작은 방, 화장실이 보인다. 방 문틀에는 볼펜으로 직직 그어 키를 쟀던 흔적이 남아있다. 마지막 기록은 2019년 4월.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군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점을 드러낸다.

일반인들도 용산기지 내 미군 장교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장교숙소 5단지 부지를 전면 개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관계 기관 등은 21일 이곳에서 용산공원부지의 첫 개방 행사를 진행하고 이런 내용을 공식화했다.

장교숙소 5단지는 약 5만㎡ 부지에 129가구가 머물 수 있는 주거시설 16개동과 관리시설 2개동으로 구성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에 미군 장교 임대주택을 건설한 후 작년까지 임대 운영해온 시설이다.

정부는 올해 1월 소유권을 확보한 후 국민개방을 위해 18개동 중 5개동을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자료실, 토론공간,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당초 탁아소로 쓰였던 곳은 용산기지의 역사를 영상과 사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됐다. 지난 5월엔 서빙고역 쪽으로 난 부대 담장 중 15m를 허물어 입구도 만들었다.

유 위원장은 “이 지역은 1904년에 일제가 용산 일대를 위수지역으로 선포하고 군대를 들인 이후 116년 동안 민간인이 들어오지 못했던 곳”이라며 “올해 미군 장교숙소 3곳 중 1곳을 넘겨받아 이제는 국민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본격적으로 용산공원을 조성하기 전에 일부 공간을 처음으로 상시 개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13개동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아이디어 공모 등을 거쳐 시설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방 행사에서 용산공원 조성계획 국제공모 당선자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힐링: 더 퓨처 파크’를 용산공원의 미래 모습으로 제시했다. 지형과 역사를 치유하고 자연과 연결을 회복한다는 기본 개념에 따라 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공원 내 녹지 축이 형성되고, 부지 내 가치 있는 건물은 보존·활용된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와 국토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인 조성계획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내달부터는 ‘용산공원 국민소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는 용산공원 ‘친해지기’, ‘함께 만들기’, ‘가꿔나가기’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300여명 규모의 국민 참여단도 구성한다.

국토부와 국방부, 문화재청, 서울시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용산기지 내 시설물 975개동 중 421개동의 노후 및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9월까지 내·외부 기본조사를 진행한다. 정밀조사 결과와 문화재적 가치, 보존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시설물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는 이날 공원경계도 추가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 북측의 구 방사청 부지 내 경찰청 시설 신축 예정부지(1만3200㎡)를 용산역 인근 대체부지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용산공원 경계로 편입한다.

당초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를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전환하고 경찰청 시설은 공원경계 북측에 인접한 구 방사청 부지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용산공원 진입부의 경계 단절을 막기 위해 해당 예정시설을 용산역 인근 정비창 부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추진위는 설명했다.

추진위는 또 용산공원 정비구역 변경고시안도 의결했다. 군인아파트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함에 따라 공원 면적은 243만㎡에서 291만㎡로 늘어난다. 양영경 기자